김도윤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지회장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문신 시술을 하고 있다.(타투유니온 제공)© 뉴스1
김도윤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지회장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문신 시술을 하고 있다.(타투유니온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실제 경찰 수사를 받던 작업자가 우울증과 압박감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어제까지 그림을 그리던 미대생들이 타투(문신) 작업을 했다는 이유로 전과자가 되고, 생명을 내려놓는 것은 부조리에 눈감은 산업과 사회가 만든 재해입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작업장에서 만난 김도윤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지회장은 '문신' 시술을 하다 수사 대상이 되고 그러다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동료를 1년에 한명씩은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최근에도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를 전해 들었다며 평범한 미대생으로 혹은 화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아 문신을 시작한 젊은이들이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범법자가 되고 처벌을 받아 전과자가 되는 것이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산업." 한국의 문신 산업을 김 지회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1조원이 넘는 시장 규모를 가졌고 수만명이 종사하고 있지만 '불법'으로 규정돼 떳떳하게 존재한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문신을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의사가 아닌 문신사들이 하는 문신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문신을 의료행위로 규정해 의료면허를 갖고 있지 않은 채 문신은 시술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나라는 한국을 빼곤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한국의 문신사들의 실력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 지회장은 세계 곳곳의 유명한 문신 시술소에서는 한국인 문신사가 가장 높은 몸값을 받고 있고, 한국 문신사들의 스타일이 하나의 문신 장르가 됐다고 말한다. 김 지회장 본인도 브레드피트, 스티븐 연과 같은 헐리우드 스타를 비롯해 국내·외 많은 연예인들의 몸에 자신의 작품을 새기며 '예술가'로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세계가 인정한다고 해도 한국의 문신사들은 한국에서는 모두 범법자다. 해외에 나가 유명인들의 몸에 문신을 그려주고 돌아올 때면 가슴 속에 자부심이 생기지만 당장 인천공항에 입국할 때 가방 안에 들어있는 문신 도구들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약 20여년에 걸쳐 문신사들에 의한 문신을 합법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여전히 문신 시술자들은 신고를 당하면 모두 유죄를 인정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지회장은 "문신을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다.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그냥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어제까지 그림을 그리던 평범한 미대생 혹은 화가였는데 처벌을 받으면 하루아침에 전과자가 된다. 대부분 20대 초반의 친구들인데 전과자가 되는 것에 굉장히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와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타투공대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행된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헌법소원(헌마, 헌바) 청구 공동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와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타투공대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행된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헌법소원(헌마, 헌바) 청구 공동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어 김 지회장은 비의료인의 문신 행위가 불법인 것을 이용해 손님들이 문신사들을 괴롭히는 사건이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명의 손님이 10여곳의 시술소에서 문신을 받고 차례로 신고를 한다고 협박해 시술비의 30배가 넘는 돈을 뜯어낸 사례도 있었다. 문신 시술 행위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시술자들은 손님이 고소·고발을 무기로 갑질을 하면 대응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 문신사로 활동하던 김연희씨(가명·27)는 지난해 9월 손님과의 트러블로 고발을 당해 처벌을 받으면서 전과자가 됐다. 3년간 하던 문신사 생활도 그만둬야 했다. 이씨는 시술 전에 손님에게 시술 동의서를 받고 시술 뒤에는 문신을 한 뒤 지켜야 하는 금기사항도 전달했다. 하지만 이 고객은 이씨의 충고를 무시하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을 했고 결국 부작용이 생기자 이씨에게 병원비를 요구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손님의 관리 소홀을 따지지 않고 병원비를 준다고 했는데 손님이 문신이 불법인 점을 이용해 그 금액을 점점 올렸다"라며 "이렇게 가다가 안되겠다 싶어 요구한 금액에 일부만 지불했는데 그 돈을 받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사건을 담당한 경찰과도 이런 전후 사정을 듣고는 "법이 이래서 어쩔 수 없다"라며 이씨를 위로하기도 했다.

손님의 갑질 이외에도 문신사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범죄에 노출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문신사를 협박해 문신을 공짜로 받거나 금품을 뜯어내는 것에 더해 여성인 문신사들이 신고를 하지 못할 것을 노려 성범죄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문신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많은 이들이 문신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 문신 산업을 양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요구에 의해 지난 17대 국회에서부터 최근 21대 국회까지 정부가 문신사에게 면허를 주고 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관리·감독하자는 일명 '문신사법 이 지속해서 발의됐다.

하지만 문신사법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문신 행위가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행위인데 이를 방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의료계의 주장에 김 지회장은 "의료계나 보건 관련 단체들이 안전하지 않은 영역을 찾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이것이 사라지지 않을 문화라면 어떻게 해야 더 안정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그건 하지 않고 문제 제기만 하는 것은 훼방 놓기일 뿐"이라고 밝혔다.

타투유니온은 더불어 최근 문신 시술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녹색병원, 서울노동권익센터 등과 손잡고 '감염관리지침'을 만들었다. 문신에 대한 사회적인 염려를 불식시키자는 취지다.

타투유니온은 이 감염관리지침대로 내년부터 조합원들을 교육시켜 나갈 방침이다. 감염관리지침에 대해 김 지회장은 "(문신이) 위험하다고 하니 위험하지 않게 해줄 방법을 정부나 의료기관에서 고민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정말 위험을 방지하고 싶은 게 아니라 훼방을 높고 싶어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타투유니온은 문신사들이 손님들로부터의 겪는 협박, 갈취, 법적인 소송 등의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정부가 해야 하는 보호 조치들을 문신사들 스스로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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