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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웹툰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IP(지식재산권)로 자리 잡았다. (왼쪽부터)이태원클라쓰, 승리호, 경이로운 소문.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
K-웹툰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IP(지식재산권)로 자리 잡았다. 국내 웹툰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 2차 콘텐츠가 연이어 승승장구하면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스위트홈’과 ‘승리호’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K-웹툰은 어떻게 글로벌 흥행 보증수표로 주목받게 됐을까. 2013년 웹툰 플랫폼이 네이버 주도로 수출될 당시만 해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K-웹툰의 성공 비결을 살펴봤다.
‘웹툰→영상화→웹툰’ 선순환 구조 구축… 국내 매출 규모↑
국내 웹툰 IP의 세계적 인기는 사실상 ‘스위트홈’을 통해 증명됐다. 네이버웹툰 ‘스위트홈’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넷플릭스 시리즈는 지난해 전 세계 흥행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국내 웹툰 IP를 기반으로 제작된 다양한 2차 콘텐츠가 글로벌 성과를 거뒀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신의 탑’은 미국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 내 주간 인기 애니메이션 랭킹에서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시즌 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드라마로 재탄생한 ‘이태원 클라쓰’는 일본 내 넷플릭스 인기 랭킹에서 수개월 간 상위권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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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웹툰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IP(지식재산권)로 자리 잡았다. /사진제공=네이버웹툰 |
국내 웹툰의 글로벌 위상은 과거와 비교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국내 웹툰이 번역을 통해 해외에 출판되는 것으로 만족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웹툰 하면 한국을 떠올린다”며 “출판이나 영상을 리메이크하는 것이 아닌 웹툰 원작 그대로를 사용해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하는 투자 모델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창호 웹툰협회 사무국장도 “지난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아랍에미리트·영국·프랑스 등 3개국 독자를 위한 ‘해외문화원 연계 웹툰 온라인 전시회’를 열었다. 당시 아랍에미리트 독자들은 국내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이태원 클라쓰’에 열광했다”며 중동·유럽 국가에서의 인기를 실감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국내 웹툰 시장의 매출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웹툰IP 시장 규모가 지난해 기준 1조원대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네이버웹툰만 해도 지난해 스위트홈 흥행으로 역대 최고 거래액인 8200억원을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작 웹툰의 인기가 영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영상화 이후에는 원작을 찾아보는 독자가 또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의 구축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고 귀띔했다.
美 “히어로물은 이제 질려!”… K-웹툰 성장 비결은 ‘다양한 장르’
K-웹툰은 웹툰 종주국으로 다져진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국내 웹툰의 글로벌 진출은 2013년부터 시작됐다. 네이버웹툰이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서다. 이는 사실상 세계 첫 웹툰 플랫폼이었다. 이어 2014년에는 미국과 대만 시장, 2019년에는 프랑스와 스페인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없던 웹툰 저변을 확장시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2019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진출을 본격화했다.
권창호 사무국장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물리적인 제약이 사라지면서 웹툰 작가는 무제한급 지면을 가지게 됐다. 전 세계 독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서범강 협회장은 “척박하고 많은 리스크를 안고 있던 해외시장을 수없이 조사하고 분석해 각 나라별 특성에 맞는 서비스 방향과 공략법을 연구한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선두기업의 발빠르고 과감한 실행도 효과적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지 시장과는 차별화된 국내 웹툰만의 다양한 장르가 성공에 견인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로맨스물·학원물·어드벤처 등 다양한 장르가 갖춰져 있는 게 국내 웹툰의 인기비결”이라며 “슈퍼히어로 장르 위주로 발달한 미국 만화 시장에서 국내 웹툰은 신선한 주제와 흥미로운 구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플랫폼별 각국의 인기 콘텐츠를 통해서도 실감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여신강림(네이버·로맨스) ▲외모지상주의(네이버·드라마) ▲신의 탑(네이버·판타지) ▲템빨(카카오엔터·판타지) ▲나 혼자만 레벨업(카카오엔터·판타지)이, 미국의 경우 ▲여신강림 ▲외모지상주의 ▲신의 탑 ▲사내맞선(카카오엔터·로맨스) ▲왜 이러세요 공작님!(카카오엔터·로맨스)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카카오엔터·로맨스 판타지) 등이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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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신의탑, 스위트홈, 갓 오브 하이스쿨 /사진제공=네이버 |
‘한국판 마블’ 탄생할까… 작가 처우개선 대책 마련해야
국내 웹툰 업체는 경쟁력 있는 IP를 기반으로 향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한국판 마블의 탄생을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카카오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 양사의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공식 출범하는가 하면 네이버웹툰이 ‘Vertigo Entertainment’ ‘Bound Entertainment’ 등 다수의 미국 콘텐츠 제작사와 손잡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글로벌 성장을 위해선 사업의 중심에 있는 웹툰 작가의 처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웹툰협회가 지난해 636명의 작가를 대상으로 불공정 계약 경험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50.4%가 ‘그렇다’고 답했다. 창작자-웹툰 에이전시-플랫폼으로 연결되는 복잡한 계약 구조로 인한 저작권 갈등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웹툰 IP를 기반으로 2·3차 콘텐츠도 제작되면서 이 같은 저작권 문제는 더 복잡해진 상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현재도 일부 업체가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신규 연재 계약을 체결하는 작가들에게 2차 저작물에 대한 포괄적 권리를 양도하게끔 하는 계약을 요구해 분쟁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서범강 협회장은 “불공정 거래는 있어서도 안 되고 있다면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불공정 거래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을 제공하는 측과 제공받는 측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양측의 입장이 균형 있게 잘 반영된 계약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분쟁과 대립보다는 서로의 상황과 입장 및 현실적인 여건 등을 잘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것을 전제로 충분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