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한 나라의 철도는 국가기간시설로 평소에는 '국민의 발'이란 역할을 하지만 전시에는 물자와 병력을 나르는 가장 중요한 국가 인프라 중 하나다. 이같은 국가중요시설 지킴이가 개인 화기 하나 조차 구비하지 않은채 테러와 맞서고 있다면 어떨까. 뉴스1이 점검에 나섰다. 철도 보안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김규빈 기자 = 화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보안 인력, 전시 상황에서 예비군 소집으로 인한 보안 인력 일부 공백, 총기 훈련 부족 등 국가철도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국가중요시설에 보안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는 공단이 방호원을 고용했기 때문이다.
국가중요시설의 경비와 보안, 방호는 통합방위법에 따라 운용된다. 경비와 보안 인력으로는 통합방위법 시행령에 정해져 있는데 '청원경찰과 특수경비원, 직장예비군 및 직장민방위대 등'으로 지정돼 있다.


경비 인력 대상으로 방호원이 특정돼 있지 않음에도 고용할 수 있었던 것은 철도공단이 시행령에 들어가 있는 '등'이란 한 글자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등'이라는 글자가 삽입돼 있는 만큼 화기를 소지할 수 없는 방호원에게 경비를 맡겨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게 공단의 주장이다.

실제로 공단은 "통합방위법은 국가중요시설의 자체 방호에 관한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으나 시행령은 이를 구체화하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고 있어 관리자가 직접 채용한 직원들을 통해 방호업무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행령에 특정돼 있는 경비 인력과 방호원의 차이는 앞선 기사들에서도 밝혔듯 방호원은 화기를 소지할 수 없고 전시 상황에서 예비군에 소집돼 정작 위험한 순간에 정작 경비를 설 수 없다. 반대로 공단이 방호원을 경비 인력으로 채용할 경우 비용을 훨씬 적게 들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공단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법을 확대해서 하고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법무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부 산하의 공기업이나 군의 경우 법 조문을 교묘히 이용, 실제 현실 적용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주로 확대 해석하거나 때로는 축소시켜 유리한 방향으로만 적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가중요시설 방호의 중요성은 단지 노동이나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법과 예산을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도 통합방위법 시행령에 포함된 '등'을 한정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며 청원경찰, 특수경비원, 직장예비군 및 직장민방위대만 방호인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공단이 직고용한 방호 실무직 신분은 방호인력으로서 적법하지 않다는게 합참의 판단이다.

실제로 합참은 공단의 이 같은 법 조문 해석과 방호원 배치에 대해 안보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개선을 권고했다. 지난해 국방부에서 실시한 후반기 합동방호진단에서도 '개인화기 및 탄약 미보유로 자체 방호능력 부족'이라는 결과가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단은 합참의 의견에 이의가 있다며 여전히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공단의 행위가 일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한규 전 서울변회 회장은 "방호원에게 경비를 맡기게 되면 안전이라던가 보안에서 취약할 우려가 있다"며 "보다 법 해석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사례도 있다. 같은 통합방위법 적용을 받는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법률자문을 토대로 현행 제도 하에서는 직고용 국가중요시설 방호인력은 청원경찰제가 최선으로 판단해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결정했다.

검사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도 "불순 세력이나 외국 스파이를 감안했을 때 국가중요시설은 국가가 직접 방호를 맡거나 무장으로 경비를 서는 게 맞아보인다"며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보안 문제인 만큼 엄격한 지침 적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양새롬 박동해 김규빈 기자)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