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서 경제난에 불만을 품은 시위대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 AFP=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스리랑카에서 경제난에 불만을 품은 시위대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 AFP=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외화 부족 및 최악의 경제위기로 국민 불안이 가중한 남아시아 스리랑카가 1일(현지시각) 전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로이터·AFP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발표한 관보를 통해 "치안, 공공질서 보호, 보급품 및 필수 서비스 유지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스리랑카는 현재 연료를 수입할 외화마저 부족, 일부 지역에선 하루 최대 13시간까지 전기 공급이 끊기는 등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이런 어려움은 반정부 시위로 번져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사용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콜롬보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콜롬보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고타바야 라자팍사(73) 현 스리랑카 대통령은 지난 2005~2014년 10년간 스리랑카를 '철권통치' 했던 마힌다 라자팍사(77) 전 대통령의 친동생이다. 마힌다 정부 기간 고타바야는 국방부 차관을 지냈는데, 내전 종식 성과와 함께 민간인 수만 명 학살 등 인권 탄압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마힌다의 재선 도전 실패로 '스트롱맨 형제'의 그림자가 걷히는가 싶었는데, 동생 고타바야가 출마해 당선한 것이다. 고타바야는 2019년 11월 제7대 대통령 취임 직후 형이자 전직 대통령인 마힌다를 총리로 지명했다.

이 같은 족벌정치 속 정부의 감세와 예산 관리 부실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요 경제 부문인 관광업마저 타격을 받으면서 경제위기가 가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단전 시간 한 상점이 등불에 의지해 영업하는 모습. 2022. 3. 30.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단전 시간 한 상점이 등불에 의지해 영업하는 모습. 2022. 3. 30.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파비트라 와니아라치치 스리랑카 에너지 장관은 전날 "인도에서 5억 달러 신용한도 이하로 공급받기로 한 경유 선적분이 주말인 2일 들어올 예정이지만, 전국적으로 실시 중인 단전을 해제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적분이 들어오면 5월로 예상되는 우기 때까지 부하 감소 시간을 줄일 수 있겠지만, 전기 부족은 계속될 것"이라며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전력난과 경제위기가 지속됨에 따라 이번 사태가 쉽사리 진정되긴 어려워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