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주 핀테크산업협회장./사진=장동규 기자
이근주 핀테크산업협회장./사진=장동규 기자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핀테크 업체 수가 약 700개인데 현재 400여개인 회원사를 올해 말 500개까지 유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울러 이르면 올 3월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가칭)을 출범해 핀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 한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이근주 핀테크산업협회장(62·사진)은 이달 취임 1주년을 맞아 머니S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은 목표를 제시했다.


이근주 회장은 "2016년 100여개 핀테크 기업과 함께 출범한 협회가 지난해 7년만에 회원사가 400개사를 돌파했다"며 "핀테크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해 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은행원 출신의 핀테크 전문가다. 그는 IBK기업은행에서 뉴욕지점, 국제업무부를 거쳐 스마트금융부장(핀테크사업총괄)으로 근무하며 디지털금융 역량을 키웠다.

30여년간 IBK기업은행에 재직한 이 회장은 은행 퇴임을 앞두고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제안으로 2015년 7월 핀테크산업협회의 출범을 주도했다.


이 회장은 "당시 NH농협은행에서 스마트금융부장을 맡았던 손병환 전 회장이 핀테크산업협회를 만들자고 제안해 흔쾌히 수락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협회 설립을 위한 발기인으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이효진 에잇퍼센트 대표,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 신혜성 와디즈 대표,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 김종서 아톤 대표 등 10명이 모여 협회 설립을 이끌었다.

전통 금융권에서는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이 출범 처음부터 회원사로 참여했다. 이후 회원사 100개사를 모아 출범한 핀테크산업협회 1대 회장은 이승건 대표가, 2대 회장은 김대윤 대표가, 3대 회장은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가 각각 맡았다.

이 회장은 핀테크산업협회 설립준비국장(사무국장)과 소상공인간편결제추진단장,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 한국간편결제진흥원장 등을 거쳐 지난해 2월17일 2년 임기의 제4대 핀테크산업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현재 핀테크산업협회는 회원사만 410개에 이르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회원사에는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두나무, 빗썸코리아 등 핀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SC제일은행, 교보생명, 비씨카드 등 전통 금융사도 합류해 있다.

이 회장은 "올해 500개 회원사가 협회 구성원으로 모여 규제 혁신을 외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규모로 커지면 회장으로서 더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본다"며 "이렇게 많은 회원사가 모여서 내는 목소리의 힘을 키우기 위해 핀테크 분야에 특화된 전문 연구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3월 설립되는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의 초대 연구원장으로는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이 맡을 예정이다.

이 회장은 "외부 필진을 두고 협회 자문 교수들이 연구활동을 할 예정"이라며 "연구원은 핀테크산업협회의 사무처 조직 내 부서 형태로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산업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 연구자료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핀테크산업에선 연구 전담 조직이 부재해 혁신 금융을 이끄는 데 한계를 느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핀테크 업권에 친화적인 규제·정책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조성하고자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정부나 국회에 핀테크 산업의 성장 필요성을 적극 설득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핀테크산업협회의 사무처 인력은 10명이다. 이 회장은 "산업이 성장해 나가면서 살펴봐야 할 규제·정책의 범위도 확대됨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정책지원팀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며 "핀테크 기업들의 사업 분야나 니즈가 다양한 만큼 '혁신지원팀'을 따로 만들어 회원사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주 핀테크산업협회장./사진=장동규 기자
이근주 핀테크산업협회장./사진=장동규 기자

이근주 핀테크산업협회장

"핀테크 분야 방대해… 시너지 내야"

핀테크 부문의 사업 분야도 다양하다 보니 의견을 듣고 취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이 회장은 토로했다.

그는 "핀테크업 종사자들과 자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처럼 활발한 소통을 통해 협회는 물론 회원사 간 신뢰가 쌓여 업권 전체에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도 회원사의 규모나 개별 이익보단 업권 전체가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 회원사와 함께 고민해 나가려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일각에선 'OO페이'로 불리는 핀테크사의 간편결제 수수료가 일반 카드사보다 높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전자금융업자 중 월평균 간편결제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인 업체를 대상으로 간편결제 서비스 수수료율을 공시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간편결제사와 카드사는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며 "예를 들어 여신행위가 가능한 카드사와 달리 간편결제사는 수수료만이 수입의 원천이고 간편결제의 경우 카드 의무수납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로 보호를 받고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수료 단순 비교가 부당한 이유는 간편결제 수수료에는 카드 수수료가 비용으로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며 "전체 수수료에서 카드 수수료와 호스팅·서버 등 부대비용, 서비스 제공 비용 등을 제외하면 간편결제사가 수취하는 순 수수료는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회장은 "간편결제사는 카드사와 달리 온라인 가맹점의 도산, 지급불능 위험 등 부담을 지고 있다"며 "간편결제사의 수수료에는 이러한 위험부담에 따른 대가와 서비스 수수료가 포함돼 있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간편결제 수수료와 카드 수수료 단순 비교는 부적절하며 특히 간편결제사가 카드사에 비해 과도한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다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고 이 회장은 강조했다.

대환대출 플랫폼 이어 핀테크 ESG 위원회 출범까지

미국 애플사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가 한국 출시를 공식화하면서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국내 간편결제업체들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이 회장은 "'애플페이가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보급 문제, 제휴카드사, 수수료 부담, 교통 이용 여부 등 과제가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플페이가 시장진출을 위해 이러한 과제해결의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 간편결제사들 또한 애플페이가 가진 장점들을 흡수하고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이용자 혜택 등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애플페이의 시장진출에 따른 경쟁 환경에서 소비자 편익 증가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하는지에 따라 간편결제 시장의 주도권이 정해질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특히 올 5월에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대환대출 플랫폼이 출시된다.

대출자가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대환대출 플랫폼이 마련되면 사용자는 대출상품을 검색하고 대환 신청·실행까지 모두 비대면 원스톱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이 회장은 "현재 20여개의 플랫폼이 온라인 대출비교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며 "온라인 대출비교 플랫폼이 등장한 이후 금융사들의 대출 모집 수수료는 오프라인·콜센터를 통한 모집 대비 대거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대출 플랫폼은 지점 영업채널이 부족한 2금융권에게 상당한 수익확보와 비용절감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핀테크사가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금융사에 부과하는 수수료가 대출금리에 전가돼 금융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이 회장은 "플랫폼 시장의 경쟁체제에서 특정 플랫폼이 높은 수수료를 제시할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향후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 시 플랫폼 시장 경쟁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단순하게 수수료를 낮추는 협의보다 금융사 측에서 소비자 선호가 높은 상품을 개발하거나 플랫폼과 협업을 통한 전용상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 협력을 통해 비용 문제를 상호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이 회장은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핀테크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핀테크 업계 전반의 역량 강화를 위해 올 상반기 '핀테크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회원사 임직원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 커리큘럼을 마련해 온·오프라인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회장은 핀테크 업권 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기업의 가치평가에 ESG가 중요하게 대두되는 만큼 회원사들이 ESG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 나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올 1월 발족한 '핀테크 ESG 위원회'를 통해 국내외 정보 제공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업계 공동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