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쿠팡에 밀린 롯데쇼핑… 순혈주의 손댄 이유 보니

◆기사 게재 순서
①재계 순위 하락… 신동빈의 눈에 비친 롯데
②신사업 챙기는 신동빈… 유동성 위기 대응·과감한 투자 '투트랙'
③이마트·쿠팡에 밀린 롯데쇼핑… 순혈주의 손댄 이유 보니


"올해는 재도약을 위해 지난 몇 년간 준비했던 노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기다."


신동빈 롯데 회장(사진)은 '영구적 위기'(permacrisis)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판단에 올해 변화와 쇄신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영구적 위기는 '영원하다'(permanent)와 '위기'(crisis)를 합친 신조어로 끝나지 않을 위기감을 말한다. 롯데의 주요 사업인 유통을 두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롯데쇼핑은 실적 하락을 겪으면서 '유통 명가' 타이틀에 상처를 입고 있다.

유통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의 최근 흐름을 보면 신세계의 우세가 돋보인다. 새로운 유통 강자로 등장한 쿠팡과 경쟁 구도를 만드는 모양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의 '글로벌 유통업 강자 2023'에 따르면 '글로벌 톱 250'에 등재된 국내 기업은 ▲이마트(60위) ▲쿠팡(74위) ▲롯데쇼핑(91위) 등이다. 이마트는 전년 순위보다 3계단 하락했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 중 선두를 유지했다. 쿠팡은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이 50%에 육박하며 순위가 24계단 뛰었다. 반면 롯데쇼핑은 매출액이 3.8% 감소하며 15계단 하락했다.

롯데쇼핑은 지속해서 매출 하락세를 겪고 있다. 최근 5년 매출을 살펴보면 ▲2017년 17조9260억원 ▲2018년 17조8207억원 ▲2019년 17조6220억원 ▲2020년 16조1843억원 ▲2021년 15조5735억원 ▲2022년 15조4760억원 등으로 명품 소비로 인한 백화점의 선전에도 전체 매출이 가라앉고 있다.


롯데쇼핑의 부진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최우선 과제로 조직의 체질개선이 꼽혔다. 롯데그룹은 오랜 '순혈주의'로 유명하다. 보수적인 조직 특성으로 인해 트렌드에 가장 민감해야 하는 유통 사업에서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자 성적표도 신통치 않다. 2012년 1조2400억을 투자해 인수한 롯데하이마트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지난해 2976억원의 영업권 손상차손, 5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전환했다.

2021년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함께 투자한 한샘도 상황이 좋지 않다. 롯데쇼핑은 IMM PE가 한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2995억원을 출자한 후 지난해 말 35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이런 한샘은 지난해 상장 이후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한 후 올 1분기도 영업손실을 봤다. 주가도 함께 추락 중이다. 지난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만355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1년 전과 비교해 38.3% 떨어졌다.


"윗물부터 바꾼다"… 인사 쇄신 후 신사업 투자에 총력


롯데는 최근 외부인사를 주요 보직에 앉혔다. 사진은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왼쪽)와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 /사진=롯데지주
롯데는 최근 외부인사를 주요 보직에 앉혔다. 사진은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왼쪽)와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 /사진=롯데지주

신 회장은 '새로운 롯데'를 위해 지난 3년간 대대적인 유통 사업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특히 주요 사업 부문에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중용했다.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로 김상현 부회장을 영입했다. 김 부회장은 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 홈플러스 부회장 등을 거친 글로벌 유통 전문가다.

2023년 인사에서는 롯데그룹 모기업인 롯데웰푸드(전 롯데제과) 대표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선임했다.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부사장)는 한국과 북미에서 30년 이상 글로벌 소비재 회사에서 근무한 마케팅 전문가다.

롯데가 구현한 메타버스내 화면. /사진=롯데지주
롯데가 구현한 메타버스내 화면. /사진=롯데지주

새로운 롯데를 위한 조치에는 인사 외에도 투자 확대가 꼽힌다. 신 회장은 핵심 산업군에 5년간 총 37조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투자 대상은 신성장 테마인 헬스 앤 웰니스(Health&Wellness) 부문, 모빌리티 부문, 지속가능성 부문과 함께 화학·식품·인프라 등이다. 유통·관광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시설 투자도 늘린다.

유통 사업군은 8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인천 송도 등에서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대규모 복합몰 개발을 추진한다. 광주 '1호 복합쇼핑몰' 건설을 위한 부지도 검토하고 있다. 본점, 잠실점 등 핵심 지점의 리뉴얼도 차례로 진행한다. 롯데마트는 1조원을 투자해 제타플렉스, 맥스, 보틀벙커 등 특화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호텔 사업군은 관광 인프라 핵심 시설인 호텔과 면세점 시설에 2조3000억원을 투자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식품 사업군은 와인과 위스키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대체육, 건강기능식품 등 미래 먹거리와 신제품 개발 등에 총 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