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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고(故) 이선균씨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2023.12.2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48)의 안타까운 선택이 우리 사회에 남긴 충격파가 여전하다. 최진실·안재환·종현·설리·구하라·문빈에 이어 이선균씨까지 연예인의 극단적인 선택은 유명인들이 정신 건강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현실을 보여준다.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은 "연예인의 화려한 삶 속에 숨겨진 그림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각에서는 '베르테르 효과'(모방 자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력·부담·불안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9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직업 특성상 안 좋은 일이 발생하면 연예인들은 주변이 전부 적처럼 보이게 되면서 아무한테도 지지 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 것"이라며 "연예인들의 화려함 뒤에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중의 사랑과 주목을 받는 연예인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반복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부와 명예를 누리는 연예인들이 왜 그런 비극으로 내몰렸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연예인들의 '심리 상태'에 주목했다.
이병철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중의 인기가 마냥 열심히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연예인은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특히 많은 직업군"이라며 "열심히 노력할수록 스스로를 점점 더 몰아붙이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고 짚었다.
이어 "업계 내 경쟁이 극심한 데다, 수많은 관계자의 생계가 연예인 한 명에 달려있는 구조다 보니 조금만 뜻대로 되지 않아도 상당한 무력감, 불안감, 부담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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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정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우 고(故) 이선균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2023.12.29/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문화예술인들의 경우 일반인보다 감정의 폭이 더 깊기 때문에 우울이나 불안을 경험하기 쉽다"며 "작가, 화가 등 유명 예술인들의 최대 3분의 1가량은 신경정신 질환이 있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베르테르 효과' 주의보
문제는 유명인의 극단적인 선택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들의 죽음이 자살 고위험군에 있는 일반인들의 극단 선택으로 이어지거나, 대중의 집단 우울감으로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이선균씨는 오랜 기간 작품 활동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배우였다.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베르테르 효과'는 숫자로도 증명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유명 연예인의 극단선택 사망 2개월 후 평균 자살자 수는 전년 대비 600여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0월과 11월 설리와 구하라가 세상을 떠났을 때에는 그해 11, 12월 2030 여성 자살건이 급격히 증가했다.
정 센터장은 "유명인의 극단선택은 나이대와 성별, 자살 방법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이선균씨 나이대와 비슷한 50대 남성은 20대 여성과 함께 모방자살 위험이 가장 높은 그룹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연말인 12월은 원래도 극단선택 사망 건이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베르테르 효과가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사전 신호가 조금이라도 들어오는 주변인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