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은 인터배터리 2023에 참가한 SK온. /사진=김동욱 기자
SK온이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은 인터배터리 2023에 참가한 SK온. /사진=김동욱 기자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SK온이 원통형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원통형은 차세대 규격인 4680(지름 46㎜, 높이 80㎜) 배터리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SK온은 다양한 폼팩터(제품 외관) 개발을 통해 고객사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는 폼팩터에 따라 원통형·각형·파우치형 등으로 나뉜다. 원통형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AA 건전지와 같은 모양이다. 각형은 얇은 직육면체, 파우치형은 연성이 있는 필름 재질로 포장된 형태다.


원통형 배터리는 크기가 작으면서도 고용량·고에너지인 것이 특징이다. 전동공구·로봇청소기 등 순간적으로 높은 에너지 출력이 필요한 제품 등에 주로 사용된다. 크기가 규격화돼 있어 범용성이 넓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

원통형 배터리는 과거 전기차용으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품 자체는 다른 폼팩터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전기차에 탑재되는 모듈을 기준으로 하면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모듈은 배터리 다수를 엮어 생산된다. 원통형 배터리는 모양 특성상 원통과 원통 사이에 빈 공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간 효율이 떨어지는 만큼 에너지 밀도도 낮아지는 것이다.

원통형 배터리가 전기차용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차세대 제품인 4680 배터리 개발이 추진되면서부터다. 4680 배터리는 기존 2170(지름 21㎜, 높이 70㎜)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개선될 전망이다. 테슬라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원통형의 단점을 보완한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채용할 계획이다.


SK온의 원통형 개발은 4680 배터리 수요 확대를 겨냥한 행보로 관측된다. 국내 주요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원통형을 생산하지 않는 SK온은 4680 배터리 개발도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이미 4680 배터리 양산 계획을 세웠다. SK온이 업계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4680 배터리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최근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4에서 "고객마다 요구하는 사양이 다 다르기 때문에 3가지 배터리 폼팩터를 다 개발하는 것"이라며 "각형은 이미 개발이 완료됐고 원통형은 고민하다가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산 시점은 고객들이 원하는 시기에 맞출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