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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주최하는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오는 12일 열린다. 이 대회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멍때리기 대회는 과거 시간 낭비라는 시각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 의미가 달리 해석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10년 동안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아 온 멍때리기는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 1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멍때리기는 뇌를 쉬게 해 다양한 건강 효과를 가져온다.
우선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멍때리기를 하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는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뇌가 초기설정(디폴트 모드)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정리되면서 더 생산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뇌는 움직일 때와 쉴 때 각각 다른 부위가 활성화된다. 각 영역이 적절히 활성화돼야 더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종일 쉬지 않고 정보를 받으면 스트레스와 부담이 축적된다. 잠깐이라도 멍을 때리며 뇌를 쉬게 해줘야 그동안 뇌가 습득한 정보를 처리해 다시 새로운 활동을 할 만한 환경을 만든다.
기억력과 창의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미국 코넬대에서 진행한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얼굴 사진을 차례대로 보여준 후 이전에 본 사진 속 인물과 같은지를 시험했다. 그 결과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참가자가 더 빠르고 정확히 문제를 맞혔다.
일본 도호쿠대 연구에서도 휴식을 취할 때가 다른 생각에 집중할 때보다 뇌 혈류 흐름이 원활해지는 결과가 나왔다. 이 덕에 아이디어도 더 신속하게 제시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뿐 아니라 눈 건강에도 좋다. 눈은 평소에 봐야 할 곳에 맞춰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느라 바쁘다. 멍때리면서 먼 곳을 오래 바라보는 것 자체로 모양체와 수정체의 피로가 풀리게 된다. 최소 40cm 거리에 시선을 두고 멍하니 바라보는 게 좋다.
폴 긴스 호주 시드니 대학교 교육심리학과 교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멀리 떨어져 조용히 뇌를 쉬게 하는 '구조화되지 않은 휴식'도 작업능률을 향상하고 집중력과 뇌 기능을 높일 수 있다"며 "5분 동안 그저 쉬는 것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 방법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미디어를 스크롤 하는 것은 휴식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멍을 너무 자주 때리면 오히려 뇌세포 노화가 빨라진다는 주장도 있다. 멍때리는 시간은 하루에 1~2번, 한 번에 15분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