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소득 700만원이 넘는 고소득 가구 중에서도 자신을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1.3%에 그쳤다.사진=이미지투데이
월 소득 700만원이 넘는 고소득 가구 중에서도 자신을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1.3%에 그쳤다.사진=이미지투데이

월 700만원(연소득 8400만원) 이상 버는 고소득 가구지만 자신을 하층이라고 인식하는 중은 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중산층과 상(上)층을 가르는 기준으로 총급여 연 7800만원(월 650만원, 전체근로자 평균임금의 200% 이하인 자)을 제시한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12일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이창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이 발간한 '한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월 소득 700만원이 넘는 고소득 가구 중에서도 자신을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1.3%에 그쳤다. 76.4%는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겼지만 12.2%는 하층으로 생각했다.

이는 지난해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지난 2021년 스스로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2.9%에 불과했다. 통상 상위 20%를 상층으로 분류하는 것과 다르다.


월소득이 600~700만원에 해당하는 가구에서도 3.9%만이 스스로 상층이라고 인식하고 82.2%는 자신을 중층으로, 13.9% 는 하층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월평균 소득이 700만원 이상이라고 해서 모두 소득분위에서 상층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2021년 기준으로 월평균 균등화 중위소득은 1인 가구 267만원, 2인 가구 378만원, 3인 가구 463만원, 4인 가구 534만원이다. 따라서 응답자가 4인 가구이면 월소득이 800만원을 넘어야 중위소득의 150%를 넘을 수 있다.

또한 중위소득의 200% 이상이 되려면 2인 가구에서도 월 756만원 이상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제적 상위층에서 심리적 하향 편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게 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이다.

전체 소득에서 소득 5분위(상위 20%)의 점유율은 지난 10년(2011~2021년) 사이 4.3%포인트(44.3→40%) 줄었다. 반면 1~4분위는 모두 점유율이 올랐다.

중산층 위기론은 실제 중산층이 줄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고소득층의 경제적 지위 하락이라는 '불만'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연구진이 사회경제 계층을 상층, 심리적 비상층, 핵심 중산층, 취약 중산층, 하층 5개로 분류한 결과, 고소득층이면서 스스로 상층이 아니라고 여기는 이른바 '심리적 비상층'의 고학력·고소득, 관리직·전문직 비율, 자가 보유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중산층 위기가 객관적인 위기라기보다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라며 "소득 양극화에 의해 상위층과의 소득격차가 확대되면서 중산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됐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