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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동산 부문으로 신용공급이 쏠리면서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부실 우려가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질서있는 구조조정을 통해 부동산 부분 대출을 줄여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BOK이슈노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2734조원으로 2018년 이후 총 1036조원 증가했다. 이는 명목성장률(3.4%)을 상회하는 연평균 8.3% 수준의 증가세다. 명목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017년 말 92.5%에서 지난해 말 기준 122.3%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전체의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540조6000억원으로 2017년(239조8000억원)보다 300조9000억원 늘었다. 2012년 금융권의 부동산업 대출은 명목 GDP 대비 8.6%였지만 2017년 13.1%로 증가한 후 지난해에는 24.1%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및 개입사업자를 제외한 일반기업의 경우 2020년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업황부진에 따른 영업자금 수요와 시설투자자금 수요가 모두 늘어나면서 부채 증가세가 확대됐다. 다만 보고서는 올해 주력 산업의 업황이 개선되면서 부채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 안정 측면에서는 일반기업의 경우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익잉여금 적립과 유상증자·기업공개 등을 통한 자본확충이 동반되면서 자본 및 자산 등으로 평가한 주요 재무비율(부채비율 등)이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건전성 측면에서는 대체로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은 122%(제조업 77%)으로 ▲독일 200% ▲일본 145% ▲미국 121%(제조업)에 비해 낮다. 부채 증가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던 대기업집단(상출 상위 30대)의 경우 2018~2023년중 부채가 연평균 +7.5%(+347조원) 증가하는 사이 자기자본은 +6.4%(+418조원) 증가해 부채 비율은 2017년 말 68.8%에서 지난해 말 73.2%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동산 부문에서 크게 확대된 것은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업종별 생산(GDP)비중 대비 대출공급 비중을 나타내는 대출집중도를 보면 기업부채가 크게 증가한 부동산업의 대출집중도가 여타 업종을 크게 상회했다.
아울러 일반기업의 경우에도 한계기업 부채 비중 확대 등 기업부채의 질이 다소 저하되고 있는 데에는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전체 일반기업 차입부채에서 한계기업의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말 14.7%에서 2022년말 17.1%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기업부채는 총량지표 등을 통해 경직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부문별로 관련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데 초점을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향후 기업신용이 전체 국가경제 관점에서 생산적인 부문으로 적절히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부실우려가 높은 PF대출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부동산 부문의 점진적인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향후 국내외 통화정책 기조 전환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부동산 부문으로 집중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