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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종생 목사(왼쪽)와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 그리스도인일치순례단에 참가해 2024년 11월 27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평화서신과 소설책 '소년이 온다'를 전달했다. (제공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
(서울=뉴스1) = 교황의 발언을 모은 책 '교황 프란치스코, 가슴속에서 우러나온 말들'(소담출판)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콘클라베 당시를 회상하며 막역한 친구 클라우디오 후메스 추기경이 한 말 "가난한 사람들을 잊어버리지 마시오!"에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를 떠올리면서 교황명을 정하게 됐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사람들, 버림받은 사람들, 병자들, 소외된 사람들이야말로 그리스도의 살"이라며 ‘가난한 교회,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라는 표어를 정하고, 교회와 사회 모두가 가난한 이들을 우선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교황이 로마를 벗어난 첫 공식 방문지가 난민들이 있는 람페두사였고, 화려한 교황 관저 대신 일반사제들이 머무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소박하게 생활하며, 고난주간 성목요일에 관례를 깨고 소녀의 발을, 이슬람 신자의 발을 씻겨주고, 값비싼 의복이나 장신구를 피하고 철제 십자가와 낡은 구두를 착용하고, 선종 후 남긴 재산이 14만 원이라는 사실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청빈을 온몸으로 산 것을 반증한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의 교황"으로 불렸으며 가난하고 힘든 이들 곁에 서서 그들과 함께 울려고 했던 모든 이들의 종! 프란치스코.
2014년 8월 재위 2년 차 교황은 아시아 첫 순방지로 한국을 택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 위로하며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언급하며 그리스도의 편애를 고백했다. 예고에 없던 KTX 이동, 검소한 의전차량, 교황청 대사관 숙소 사용 등 검소함 그 자체를 우리는 보게 됐다.
"무관심은 전쟁의 가장 큰 동맹입니다"라는 평화 메시지를 내고, 평화공존에 관심이 많았던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에 기여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 등 국제 문제에 대해서도 평화를 촉구했다. 또한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문제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하며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자"는 선언을 하여 전 세계 종교·환경 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2024년 11월 26일 한국그리스도교 신앙과직제협의회와 함께 진행한 '생명과 평화의 길 - 한국 그리스도인의 일치 순례' 여정은 잊을 수 없는 은총의 시간이었다. 한국의 개신교, 정교회, 천주교 대표단은 이 순례 중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직접 공식 접견하는 크나큰 축복을 얻었으며, 그 자리에서 우리는 세계 곳곳의 전쟁과 위기, 생명과 정의, 평화의 과제들 속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관심과 기도, 더 나아가 평양을 방문해 남북관계 평화 중재를 요청하는 서신을 전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평화를 향한 그의 열정에 깊은 감동과 영적 울림을 받았다. 청빈과 겸손, 평화와 창조 세계에 대한 사랑을 사도직의 핵심 가치로 삼으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제적 영성과 목회적 헌신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자신을 '한낱 지나가는 발걸음일 뿐'이라며 "신이 나를 이 자리에 짧은 기간만 두었다고 생각한다"던 교황은 2022년에 작성한 유언장에 간소한 장례식과 일반적인 교황의 묘지인 성베드로 성당이 아닌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안장할 것, 묘비에도 프란치스코라는 이름만 써줄 것과 장례비용으로 사용할 후원금까지 준비하여 어떤 불편함도 남기지 않았다. "제게 선의를 품어 주고, 계속해서 기도해 줄 모든 이들에게 주님께서 마땅한 보상을 내려주시길 기도"하는 그의 배려를 보며 세계 가톨릭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이라기보다 친근한 '동네 할아버지' 같이 느껴진다.
넉넉하고 편안하게 어느 누구라도 다 포용하며 모든 이들의 종으로 사셨던 그를 기억하며 그의 자상하신 매력에 흠뻑 빠져들면서 죽은 이가 희망이 되는 특이한 부활을 경험한다. 말이 많은 세상, 아니 말만 무성한 세상 속에 말이 힘이 되고 희망이 됐던 사람! 말을 넘어 온몸으로 사랑과 평화를 노래한 그분과 맞잡은 손이 참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었다. 아이같이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이 지금도 따사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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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종생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