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故 이성자 아틀리에 '은하수'의 佛 문화재 지정 현판식이 열리고 있다. (이성자 작가 유족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재불 화가 고(故) 이성자(1918-2009) 화백의 40년 창작 공간이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재로 공식 지정됐다.

지난 16일 남프랑스 투레트쉬르프 마을에 있는 이성자 화백의 아틀리에 '은하수'에서 열린 현판식에는 한국과 프랑스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석, 한국 작가 설계의 첫 프랑스 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했다.


'은하수' 입구에는 기념패가 놓였다. 프랑스 문화부는 이 공간을 단순한 작업실 넘어 예술 자체를 담은, 동서양과 자연, 개인의 기억과 역사가 어우러진 독보적인 현대 건축물로 평가했다.

지정 과정에 참여했던 지역정부 문화청 건축·유산 담당관 에브 루아와 에밀리 아비주, 그리고 카트린 바라드 투레트 시 부시장 등이 나와 기념패를 공개했다. 신석홍 주프랑스 한국 공사는 한불 수교 140주년의 의미를 강조하며, 문화 교류의 상징적 결실이자 양국 예술 정신의 지속적 연결을 기원했다.

故 이성자 아틀리에 '은하수'의 佛 문화재 지정 기념패 (이성자 작가 유족 제공)

1993년 완공된 826.5㎡(250평) 규모의 '은하수'는 이성자 화백이 직접 설계하고 건축가 크리스토프 프티콜로가 세부 설계를 맡아 탄생했다. 음양의 조화를 형상화한 반원형 구조, 작업 공간을 구분한 설계, '은하수'를 상징하는 인공 시냇물 등이 특징이다. 내부는 한국식 창호와 자개장 등 전통 가구로 채워져 작가의 한국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 화백은 이 공간을 "내 작업을 평면에서 입체로 옮긴 것"이라 정의한 바 있다.


다미안 바가리아 전 투레트 시장은 이성자 화백의 투레트 사랑과 주민들의 자긍심을 전하며, 문화유산 지정을 마을의 영광으로 여겼다. 손자 신평재 씨는 '은하수'를 단순한 박물관이 아닌 창작 정신을 나누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은하수'는 프랑스 문화부, 투레트 시와 협력하여 정기 개방, 국내외 문화기관 연계 국제 행사 유치 등을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 관광청은 이곳을 새로운 문화유산 루트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은하수'는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한국과 프랑스, 동양과 서양을 잇는 예술적 염원의 공간이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정부로부터 '주목할 만한 현대건축물로 지정된 바 있다. "내 발끝에 내 고향이 있다"던 작가의 말처럼, 투레트의 '은하수'는 예술과 삶의 경계를 넘어선 영감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