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때 찬란했던 한국 영화계가 양적, 질적 모두에서 큰 위기에 빠진 모습이다. 극장을 찾는 관객은 현저히 줄었고, 해외 영화제 수상 소식도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다. 올 들어 5월 중순까지 300만 관객을 넘긴 한국영화는 단 1편뿐이다. K무비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탔던 칸 국제영화제에서 올해까지 최근 3년 연속, 경쟁 부문에 단 한 편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절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뉴스1은 총 5편의 기획 시리즈 [위기탈출 K무비]를 통해 한국 영화계의 현실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해결 방안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서울 시내 한 극장.(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정유진 장아름 고승아 기자 = "한국 영화라서 안 본다기보다는 작품성 좋은 영화를 찾다 보니까…."


한 달에 2~5회 정도 영화관을 찾는다는 A 씨(27)는 '한국영화는 잘 보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 이처럼 답했다.

A 씨는 "극장에 걸리는 한국 상업영화들은 매번 비슷한 느낌"이라며 "사실 잘되는 배우, 감독, 장르, 플롯을 돌려막기 하는 건 어느 나라나 똑같겠지만 한국 영화는 풀이 작아서 모든 인력과 자본이 그곳에만 집중되는 게 문제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최근 뉴스1이 찾은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은 평일 오후라 비교적 한산했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영화 '팬'들이 모였다. 마블 시리즈를 꼭 챙겨 본다는 관람객과 아내와 함께 영화관을 자주 찾는다는 80대 어르신까지. 그러나 이들의 선택은 한국영화가 아니었다.


영화관에 자주 온다는 B 씨(27) 역시 한국영화를 그리 잘 보지 않는 편이었다. B 씨는 "한국 상업영화는 로그 라인이나 캐릭터가 너무 정형화돼 있다"며 "그래서 신작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고 실제로 봤을 때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할리우드 영화는 장르가 더 다양하고, 실험적인 영화들에도 인지도 높은 배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며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한국 영화가 밀린다, 똑같이 킬링타임 할 거면 스펙터클이나 유명 배우 나오는 걸 고른다"고 했다.

신작 마블 영화 '썬더볼츠*'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정 모 씨(25)는 '마지막으로 영화관에 온 게 언제인지'라는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기억이 안 날 만큼 오래됐는데, 보고 싶은 한국영화가 크게 없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작년 초까지는 영화관에 자주 왔는데 요즘은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서 안 오게 된다"며 "그래도 마블 영화는 나올 때마다 영화관에서 챙겨 본다"라고 했다.

아내와 함께 '콘클라베'를 보러 온 조 모 씨(82)는 "나는 아무래도 싸움질하는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한다"라며 한국형 누아르 영화나 액션 범죄물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씨는 "젊었을 때는 책을 읽었는데 지금은 책을 읽으면 힘들어 영화를 통해 배운다"며 "'콘클라베'처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영화나 일본의 '러브레터'처럼 감동을 주는 영화가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극장에 안 가는 이유로 '비용'을 꼽는 관람객도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영화관을 방문한 고등학교 2학년 이수빈 양(18)은 "극장이 비싸서 보통 집에서 OTT를 많이 본다"며 "올해 처음 영화관에 왔다"고 멋쩍게 웃었다.

인터뷰 말미에 A 씨는 '한국영화'라서 보지 않은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분명히 저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숨은 보석 같은 작품이나 감독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보석 같은 작품'을 찾는 영화 팬들의 갈증이 커지는 가운데,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들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