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에서 승리한 뒤 열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석 진출 축하 행사에서 팬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2025.6.1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홍명보호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이 최상의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11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세웠고 무패로 예선을 통과하는 의미 있는 이정표도 작성했다. 그동안 다득점 경기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는데 마지막 홈경기에서 무려 4골이 터졌으니 팬들에게 전하는 선물로도 안성맞춤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최종 10차전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4-0으로 크게 이겼다.

지난 6일 이라크와의 9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면서 이미 본선행을 확정지은 홍명보호는 홈팬들과 함께 신바람 나는 승전고를 울리며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예선 출발 무렵 갑갑했던 분위기를 떠올리면 안팎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0차전 대한민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대한민국 이재성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2025.6.1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지난해 여름 출항한 홍명보호는 한동안 팬들의 응원을 받지 못했다. 전임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후임 사령탑을 뽑는 과정에서 보인 대한축구협회의 어설픈 행정력과 불투명한 선임 과정이 도마에 올라 뭇매를 맞았다.


2024년 9월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열린 1차전이 졸전 속 0-0 무승부로 끝난 것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분명 대한민국의 홈 경기인데 '우리 감독'과 '우리 선수'들을 향해 야유가 쏟아지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졌고 선수들 입에서 "원정경기가 더 편하다"는 넋두리까지 나왔으니 불행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수장 홍명보 감독은 "지금은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팀만 보겠다. 난 감독이고, 감독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라는 당당한 소신으로 정면 돌파를 택했다.

이후 '팀보다 우선되는 개인은 없다'는 '원팀' 정신을 강조한 홍명보호는 점차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까다로운 중동 원정에서 연거푸 승전고를 울리면서 암초를 탈피, 결국 본선 진출이라는 1차 목표에 성공했다.

마지막 경기가 깔끔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축구협회를 향한 비난과 '잔디 이슈'가 합쳐져 이상하게 안방에서는 전적이 좋지 않았는데, 잔디도 경기장 공기도 달라진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은 오랜만에 '안방'다운 기운이 전해졌다. 다시 뜨거워진 상암벌에서 선수들도 화답했다.

손흥민, 이재성, 황희찬 등 대표팀 주축 대신 선발 기회를 잡은 배준호, 전진우, 오현규, 원두재, 이한범 등 젊은 피들은 경기 시작부터 뜨거운 움직임으로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전반 30분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사나이 전진우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경기장 분위기는 더 뜨거워졌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이강인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에서 승리한 뒤 열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석 진출 축하 행사에서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2025.6.1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후반전 시작과 함께 상암벌이 폭발했다. 경기 내내 클래스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던 이강인이 후반 6분 각이 많지 않던 상황에서 과감한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뜨렸고, 다시 3분 뒤 배준호의 패스를 받은 오현규가 수비를 등진 채 강력한 터닝 슈팅으로 또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27분 교체 투입된 베테랑 이재성이 강력한 슈팅으로 4번째 득점을 뽑아내고 이후 손흥민과 황희찬 등 보고 싶던 얼굴들이 필드를 밟으면서 경기장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어느 순간 관중석에서는 목청껏 토해내는 '대~한민국' 구호가 울려 퍼졌다. 선수들의 표정도 자신감이 넘쳤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오늘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예선 마지막이면서 동시에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시작이라고 이야기했다. 첫 경기를 승리해 기쁘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팬들도 그리웠을 안방다운 안방에서, 홍명보호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