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시리즈Ⅰ '어쿠스틱' 포스터(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악기와 연주자 배치의 변화를 통해 '가장 국악기다운 소리'를 찾아보는 실험적 공연이 열린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관현악시리즈Ⅰ '어쿠스틱'을 오는 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지휘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수석 객원지휘자인 최수열이 맡는다. 이번 공연은 음향 확성 장비 없이 국악관현악의 또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를 위해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올해 초부터 음향 전문가, 작곡가, 지휘자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고 여러 차례 무대 음향 실험을 거쳤다. 국악기별 음압과 투사력, 객석과의 거리, 반사음의 흐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끝에 국악관현악 특유의 깊이 있는 울림을 객석까지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공연은 1부와 2부로 구성되며, 동일한 두 곡을 서로 다른 악기 배치로 연주하고 반사판 위치를 변경함으로써 같은 음악이 어떻게 다르게 들리는지를 관객이 직접 비교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공연의 핵심은 관객 참여다. 1부와 2부 사이 30분간의 인터미션(중간휴식) 동안 관객들은 로비 곳곳에 비치된 큐알(QR)코드를 스캔해 공연 리뷰 전용 누리집에 접속, 자기 좌석에서 들은 음향에 대한 감상을 자유롭게 남길 수 있다. 작성한 리뷰는 좌석 위치별로 정리돼 로비에 설치된 엘이디(LED) 패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되는 두 작품은 최지혜 작곡의 메나리토리에 의한 국악관현악 '감정의 집', 그리고 박명훈 작곡가의 위촉 신작 '시선'(視線)이다.

'감정의 집'은 동시대적 감수성과 국악기의 섬세한 음색을 조화롭게 담아낸 곡으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최근 10년간 많이 연주된 레퍼토리 중 하나다. 새롭게 위촉된 '시선'은 눈의 움직임을 넘어 인식, 감정, 반응이 얽힌 복합적 감각으로서의 '시선'을 주제로 삼았다. 박명훈 작곡가는 공간을 따라 이동하고 반사·굴절되는 소리의 흐름을 국악기 특유의 울림으로 표현했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국악관현악의 소리는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울릴 때 가장 국악기답게 들릴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공연을 통해 관객을 '공동 실험자'로 참여시켜 향후 국악관현악 공연의 새로운 기준점을 축적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