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석화산업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정연 기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전례 없는 복합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기업 경영실적 악화, 지역경제 침체 등 전방위적 타격이 현실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전폭적이고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됐다.

1일 국회에서 열린 '석유화학산업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에서 한문선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은 "석유화학산업은 과거와는 다른 근본적인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며 "단순히 개별 기업의 재무적 문제를 넘어 광범위한 고용 불안정과 지역 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이날 발표를 통해 석유화학산업이 공급과잉·글로벌 수요 둔화·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 회장은 "중국이 자체 설비를 증설하고 수출국으로 전환하면서 범용 제품 가격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밀리고 있다"며 "일시적인 시장 변동이 아닌 글로벌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라고 했다. 실제로 국내 석유화학산업 기업들의 가동률은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70~80% 언저리를 지키는 게 대부분이며, 60%대까지 떨어지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산업의 구조적 위기는 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NCC 기반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주요 석화기업들의 경우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가 누적됐다. 한 회장은 "국내 주요 4대 석화기업 경영실적을 보면 2021년에는 9조원 흑자를 낸 데에 반해 지난해에는 거의 1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다"며 "몇 년 새 무려 10조원이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계속된 업황난은 세수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세 징수 실적은 석유화학 호황기인 2021년(20조80억원) 대비 33.1% 감소한 13조3831억원이다. 특히 국내 3대 석유화학 단지가 들어선 여수·울산·서산 지역을 중심으로 세수가 크게 줄었다. 고용 시장과 협력 업체에도 영향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 회장은 "석화 산업은 전후방 고용 유발 인원만 43만명에 달해 대기업 한두 곳의 어려움이 협력사 수십 곳에 타격을 준다"며 "이들 근로자의 소득 감소는 지역 상권까지 침체시킨다"고 했다.


여기에 글로벌 환경 규제와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업계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한 회장은 "산업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업종으로 분류돼 관련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설상가상으로 최근 4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약 40% 오르면서 위기는 더 가속화되는 중"이라고 했다. 전기요금은 석화 산업 생산원가의 약 10%를 차지하는 핵심 비용이다.

결국,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중요하단 게 업계 중론이다. 한 회장은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안으로 '석유화학산업 특별법안'을 꼽았다. 그는 "위기 해결은 기업 힘만으로 불가능하고, 정부의 확실한 의지가 담긴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해당 법안에는 석화 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핵심 내용이 담겼다"고 했다.

법안은 ▲산업용 전기료 특례 지원 ▲고부가·친환경 제품 투자 세제 감면 ▲연구개발(R&D) 확대 및 금융 지원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 회장은 "폭등하는 전기요금 부담을 낮춰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기업들의 생산원가 부담을 줄여 미래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소·배터리 소재·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신성장 동력 투자를 파격 지원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으로 촉진해야 한다"며 "정책자금을 활용한 저금리 대출 등 금융지원을 확대해 기업들이 자금난을 해소하고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