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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비만 치료제 열풍을 일으킨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는 체중 감량 및 심혈관 보호 효과에 차이가 있다. 단순히 살만 빼는 데에는 마운자로가 우세하지만 건강과 직결된 심혈관 사건을 줄이는 데에는 위고비가 효과적이다. 비만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이 우려된다면 위고비를 선택하는 게 건강상 유리하다는 평가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지난 8월 한국에 출시된 후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출시 열흘 만에 1만8579건 처방되며 위고비 출시 직후 월 처방량(1만1316건)을 넘어섰다. 해당 자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 집계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마운자로 처방이 빠르게 늘어난 건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유럽비만학회(ECO)에서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 성인 비만 환자 75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비교 임상에서 마운자로의 투약 72주 후 평균 체중 감소율은 20.2%로 나타났다. 위고비(13.7%)보다 6.5%포인트 높다. 미용 목적으로 비만 치료제를 투약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단순 체중 감량 효과에 처방 초점을 맞췄을 것이란 분석이다.
위고비는 체중 감량 측면에서는 마운자로보다 부족했으나 심혈관 사건을 줄이는 데에는 효과적인 것으로 연구됐다. 비만 환자는 당뇨병·고혈압 등 동반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한 심혈관계 사건 위험도 크다. 위고비의 심혈관 보호 효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유럽심장학회(ESC 2025)에서 발표된 STEER 리얼월드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병력이 없는 심혈관 질환 동반 과체중·비만 환자에서 위고비는 마운자로보다 심근경색, 뇌졸중·심혈관 질환 사망 또는 모든 원인 사망 위험을 57% 유의하게 줄였다. 위고비 투여군에서는 주요 심혈관계 사건이 0.1%(15건) 발생했다. 마운자로 투여군(0.4%, 39건)의 절반 이하다. 위고비는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반 약물 중 최초로 심혈관 사건 위험 감소 적응증을 보유했다.
위고비 제작사 노보 노디스크는 해당 연구 결과가 비만 치료제 시장 경쟁 구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체중 감량 주사라는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심혈관·간질환 개선까지 포괄하는 대사질환 통합 치료제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위고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간경변성 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적응증까지 획득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 전문가들은 이제 비만 치료 시 체중 감량 수치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상 이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위고비는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 효과까지 입증하면서 단순한 체중 관리를 넘어 종합적 대사 질환 치료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