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결의하며 국제 주요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체)들과 향후 개발산업의 역할과 방향을 공유했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명칭을 창립 당시의 '한국디벨로퍼협회'로 바꾸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산업 혁신을 목표로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정책을 제시해 차세대 K-디벨로퍼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20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창립 20주년 기념행사 'A.N.D 20'(ALL NEW DEVELOPER PROJECT 20)'을 개최했다. 국내 부동산개발업계를 대표하는 협회는 2005년 부동산개발 사업의 건전한 성장과 업계의 권익 증진을 위해 설립된 국토교통부 산하 법정단체다.
'앞으로의 20년을 위한 시작'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한국 개발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내외 개발업계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미국 쿠슈너 컴퍼니, 일본 모리빌딩, 네덜란드 엣지, 한국 MDM그룹 등 전 세계 주요 디벨로퍼 기업 경영진이 참석했다.
쿠슈너 컴퍼니는 뉴욕 맨해튼 등에서 대규모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한 개발업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가족 회사다. 모리빌딩은 일본의 대표 복합개발 프로젝트 '롯폰기 힐스'를 성공시킨 도시개발 디벨로퍼이며, 네덜란드 엣지는 유럽 대표 상업용 부동산 디벨로퍼이자 지속가능한 개발로 유명하다.
첫 순서로 글로벌 디벨로퍼들이 각국의 도시·주거 개발 전략과 장기적인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발 사례를 공유하는 콘퍼런스가 진행됐다. 연사로 나선 국내 1세대 디벨로퍼 문주현 MDM그룹 회장은 "도시가 직면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개발산업의 역할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며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수도권 과밀화와 지역 소멸, 저성장 국면 심화 등 한국 도시가 맞닥뜨린 근본적 변화 속에서 앞으로의 도시개발은 기존 방식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문 회장은 주거·업무·상업·문화·교육 등 도시 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컴팩트 시티' 모델을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문 회장은 "도시 생활권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공동체 회복과 새로운 생활방식을 포함하는 복합개발 전략이 향후 도시 경쟁력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도시의 다양한 기능과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개발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도시 변화 대응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중심 정책·국제 네트워크 확장 추진
이어 향후 20년간 추진할 디벨로퍼 미래비전이 공식 선포됐다. 비전의 5대 핵심 축은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 ▲연구개발(R&D)·데이터 기반 산업 혁신 ▲금융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체계 확립 ▲ESG 기반 도시개발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이다. 세계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영하 디렉터와 협업한 새로운 CI도 공개됐다. 태극 문양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로고는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상징성이 담겼다. 도시와 자연, 건축과 사람의 순환·공존·상생의 의미도 포함됐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고금리와 시장 불확실성, 그리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문제로 우리 산업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구조적 전환기"라며 "디벨로퍼는 단순한 공간 창조를 넘어 사회적 가치와 미래 세대의 삶을 설계하는 산업으로서 그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영향력을 새 시대의 핵심 가치로 삼아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전문성·책임성·윤리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한국 디벨로퍼의 완전한 변화와 새로운 시장을 구성하고자 한다"며 "협회 명칭을 창립 당시의 명칭인 '한국디벨로퍼협회'로 바꾼다"고 선언했다.
독립 연구기관인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도 공식 출범했다. 기존 협회 내 정책연구실을 독립 기관으로 확대·개편해 산업 기반 연구를 통한 정책 제언 및 제도 개선을 담당한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이 초대 연구원장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명예회장인 문주현 MDM그룹 회장이 이사장에 선임됐다.
연구원은 ▲민관협력형 개발모델 연구 ▲개발금융·사업성 분석 ▲데이터 기반 시장 모니터링 ▲국제 협력 연구 네트워크 구축 등 현장 중심 연구에 주력한다. 특히 학계·공공기관·민간개발사 간 정보 공유를 통해 공공성 높은 개발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