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오는 14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5주년을 맞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취임한 정 회장은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꾸며 회사를 위기에서 건져냈다. 과감한 의사결정과 체질개선으로 현대차그룹을 단숨에 '글로벌 톱3' 반열에 올려놓으며 능력을 입증했다.

정 회장이 회장에 오른 2020년은 자동차산업이 멈춰 선 시기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라인이 멈췄고 공급망은 붕괴했다. 위기에도 그는 단기 위기 대응보다 장기 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현대차그룹은 부품 조달을 다변화하고 반도체 공급망을 직접 관리 체계로 전환했으며 글로벌 공장 운영을 유연하게 조정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했다. 이 같은 '리스크 분산 경영'은 이후 5년간 현대차그룹이 가장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유지한 배경이 됐다.

성과는 수치로 증명된다. 2019년 현대차·기아 합산 매출은 163조8924억원이었지만 지난해 282조6800억원으로 7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조6152억원에서 26조9067억원으로 380% 늘며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판매량도 723만대를 돌파해 토요타·폭스바겐과 함께 '글로벌 톱3' 체제를 굳혔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8.7%로 폭스바겐(4.2%)의 두 배가 넘는다.

정 회장 경영 기조는 '속도와 실험'이다. 빠르게 시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을 만들었다. 그는 회장 취임 후 가장 먼저 복장 규제를 없애고 직급 간 수평 소통을 강조했다. 단순한 외형 변화가 아닌 문화 개편이었다. 2019년 63.2점이던 그룹 내부 만족도는 2024년 78.6점으로 상승했고 자발적 이직률은 0.3%대에 그쳤다. '인재 중심의 유연한 조직'으로 재편된 것이다.


글로벌 평가도 호평이 잇따랐다. 뉴스위크, 오토카, 모터트렌드 등 해외 자동차 관련 매체는 그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는 비전형 리더'로 선정했다. 오토카는 "현대차그룹의 놀라운 성장은 정 회장의 통찰력과 결단이 만든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 회장의의 리더십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구조'를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팬데믹·우크라 전쟁·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복합 위기가 이어지는 동안 현대차그룹은 위기 대응 프로토콜을 정착시켰고 위기 때마다 점유율을 높였다.

국내 경제 기여도도 뚜렷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24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확정했고 1만명에 달하는 청년 채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국내 경제 기여도는 국내 대기업 중 1위로 꼽힌다.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은 위기 속 실적 회복을 넘어 '조직 DNA의 진화'를 이끌었다. 그는 올해 유럽 타운홀미팅에서 "조직문화는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기반"이라며 "모두가 역량을 극대화하면 함께 위대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