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서비스 로봇 '스팟'과 함께 등장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제국'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로보틱스·AAM(도심항공모빌리티)·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수소 등 신사업 전반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산업의 경계를 허문 결과다.

로보틱스는 현대차 그룹 변화의 상징이다. 정 회장은 "로봇은 인간의 동반자이자 다음 세대 모빌리티"라며 2018년 로보틱스랩을 신설하고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이후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4족 보행로봇 '스팟', 물류로봇 '스트레치'를 상용화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3만대 규모 로봇공장을 건설 중이며 국내에서는 근골격 보조로봇 '엑스블 숄더'와 소형 이동 플랫폼 '모베드'를 내놓았다.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분야에서는 자체 통합 플랫폼 브랜드 '플레오스'(Pleos)를 구축했다. 차량의 모든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체계를 기반으로 내년부터 단계적 실증테스트에 들어간다. 자율주행 기술 'Atria AI'는 42dot·모셔널 등과 협력 중이며 2027년부터 양산차에 레벨2+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AAM(도심항공모빌리티)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1년 설립한 미국 현지 법인 '슈퍼널'(Supernal)은 eVTOL(전기식 수직이착륙기)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정 회장은 "하늘과 땅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인류 이동의 진보"라며 미래 항공 네트워크를 현대차그룹의 다음 성장축으로 지목한 바 있다.

브랜드 전략의 혁신도 주목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터브랜드의 '2024 가장 급성장한 브랜드'(Fastest Risers)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 브랜드 가치는 230억달러로 5년 새 63% 성장했고 기아는 리브랜딩 이후 81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제네시스는 10년 만에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 완전히 안착했다.


정 회장은 헤리티지 재조명에도 공을 들였다.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하며 "새로운 혁신은 과거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런 철학은 '한국적 럭셔리'로 자리잡은 제네시스의 정체성에도 녹아 있다.

모터스포츠와 문화 후원 등 브랜드 경험도 확장 중이다. 제네시스는 PGA 투어 공식 자동차 후원과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하며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강화했다. 현대차의 N브랜드는 24시 내구레이스 5년 연속 우승으로 기술력을 입증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현대차그룹이 확장된 모빌리티 분야에서 얼마나 신속히 수익화를 이루고 이를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ㅇ다. 로봇·AAM·SDV·수소 등 미래를 상징하는 신사업이 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을 넘어 안정적 캐시카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 회장의 리더십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