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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업(의무보유 확약) 강화는 미확약 참여를 줄이는 중장기 투자 정착 제도죠. 현재까지는 수요예측 흥행이 이어지지만 앞으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재헌 코레이트자산운용 금융시장 부문장은 지난 13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락업 강화 이후 공모주 시장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락업은 공모주 청약 기관 투자자 등이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않고 의무 보유하겠다는 약속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락업을 약속한 기관 투자자 비중을 높이기 위해 락업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중장기 투자와 무관하게 공모가만 높게 불러 공모주 발행사와 주관사로부터 물량을 많이 받는 기관을 줄이기 위해서다.
코레이트운용은 당국 락업 강화 제도 도입 전부터 락업 등급제를 통한 중장기 투자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공모주 투자 가치를 A~D로 나눠 높은 등급을 준 종목일수록 긴 락업을 걸고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6개월 확약 가점에 대한 대응으로 E 등급을 추가했다.
시장에서는 락업 강화로 공모주에 경쟁률 빈익빈 부익부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이 부문장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기관들이 중장기 성장성이 확실한 기업을 선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며 "양질의 종목에는 적극적인 기관 투자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중장기 기준으로는 1~3년을 제시하며 "투자 가치가 충분한 종목은 락업 기간이 초과하더라도 보유한다"고 덧붙였다.
락업 강화 전과 후 수요예측을 실시한 코스닥 기업 S2W가 두 번째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어 제도 개편 영향이 작았다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이 부문장은 "밸류에이션과 공모가 정정이 없었어도 다른 결과가 나타난 점은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며 "아직 다른 사례가 충분히 쌓이지 않아 다수 공모주 수요예측이 실시되는 이달 윤곽이 더 선명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 부문장은 제도 강화로 코레이트운용 등급제가 갖는 전략적 효용이 더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모주 펀드 출시 때부터 어떤 종목에 긴 락업을 걸어야 할지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데이터를 쌓아왔다"며 "팀 기반 의사 결정 체계를 통해 등급을 설정했고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 검증 능력을 입증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등급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며 "S2W뿐 아니라 명인제약 사례를 통해서도 확약을 걸었을 때 더 많은 물량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고 했다. 코레이트운용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는 높은 채권 비중에도 중장기 수익률에서 최근 크게 상승한 코스피를 웃돈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2021년 4월 6일 설정 이후 수익률이 38.89%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5.46% 올랐다.
이 부문장은 "해당 펀드 순자산은 단일 공모주 펀드 최대 규모"라며 "펀드 순자산 규모와 비례해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게 되면서 수익률 추가 상승을 기대한다"고 했다.
중장기 투자 장려·벤처 활성화… "득과 실 잘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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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수요예측 락업 강화 외에도 중장기 공모주 투자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왔다. ▲초일 가점제 개편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사전 수요예측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초일 가점제 개편을 통해서는 수요예측 참여 시점에 따른 가점 자체를 전반적으로 낮췄다. 수요예측 마지막 날에 기관들이 지나치게 몰리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했는데 일부 역효과가 나면서다. 중장기 투자 기관들이 숙고할 시간이 줄고 이른바 묻지마 단타하는 기관이 가점받는 사례가 나왔다.
이 부문장은 "수요예측 가점 부여 일수를 여유롭게 분산하면서 공모가를 발견하는 수요예측 기능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 미리 락업을 건 기관에 공모주 배정을 허용하는 제도다. 사전 수요예측은 희망 공모가 설정 전 기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적정 공모가를 미리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수요자 중심 가치 평가로 중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셈이다.
이 부문장은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가치 산정 신뢰도와 IPO 흥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사전 수요예측 강화에는 "고평가 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코너스톤 투자자 혜택은 대형 투자자에게만 집중될 우려가 있어 사전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며 "사전 수요예측 역시 지나치게 보수적이면 혁신 기업 성장 매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까다로워진 당국 눈높이와 제도를 우회하기 위해 스팩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문장은 "메리츠증권이 공모 시장에 들어와 1호 스팩을 추진한다는 점이 상징적"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스팩 대상인 초기 중소형 기업은 사업 연속성과 신뢰성 확보가 필수"라며 "기업 실사 등으로 밸류에이션을 더 적극적으로 검증하는 게 투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부문장은 앞으로 공모 유망주로 떠오를 분야에는 인공지능(AI)과 바이오를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2030년까지 벤처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혀 내년 이후 또 한 번 벤처 붐이 올 수도 있다"면서 "AI와 바이오는 정부 전략 산업군 핵심으로 포함돼 정책 수혜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과 장기 성장성"이라며 "증권신고서에 나오지 않은 과거 실적을 살펴보는 등 장기적인 사업 연속성을 판단할 것을 추천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