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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불법과 투기'라는 오명을 벗고 국내 금융시스템 제도권으로 본격 편입되는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 본격 발의된 '디지털자산 기본법' 시행을 시작으로 회계와 세제, 감독 체계가 잇따라 정비되면서 시장은 사각지대에서 정중앙으로 이동하고 있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된 업체는 총 29개 사다. 2021년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시행 이후 국내에서 영업하는 가상자산사업자들은 기존 전통 은행, 금융사, 증권사 등과 같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고 은행 실명 확인 계좌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갖춰야 영업이 가능하다.
'특금법'은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의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금세탁방지(AML)와 테러자금 차단을 목적으로 한 이 법은 기존 금융권에 적용되던 감독 체계를 가상자산사업자(VASP)까지 확대한 것이다. 특금법 시행 이전 60여개에 달했던 거래소는 현재 절반 이상이 시장에서 퇴출당했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특금법이 가상자산 시장 최소한의 감독과 투명성 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2022년에는 '트래블룰'이 도입되며 시장 투명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송금 시 송·수신자 정보를 의무적으로 전송하도록 한 제도다.
국내 거래소들은 제도 시행에 맞춰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이 공동 개발한 '베리파이바스(VerifyVASP)' 시스템을 통해 신원 확인 절차를 전면 전산화했다. 이에 미신고 해외거래소로 송금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불법 환치기와 자금세탁 시도가 감소했다.
거래소 간 자금 흐름이 FIU(금융정보분석원)에 자동 보고되면서 이상 거래 탐지와 차단이 가능해졌고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AML(자금세탁 방지) 기준에 부합하는 감독체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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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지난해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통해 가상자산은 제도권 금융시스템에 편입됐다. 특금법이 사업자 신고와 자금세탁 방지(AML)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용자보호법은 투자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를 본격화했다.
거래소의 예치금 분리보관 의무와 고객자산의 콜드월렛 보관 비율(70% 이상), 시세조종·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행위 처벌 조항이 법에 명시됐다. 이 법을 근거로 금융당국은 사고 발생 시 사업자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이용자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보험 및 기금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와 같은 조치는 기존 가상자산 시장의 '무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거래소의 영업행위를 전통 금융투자업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기에서 투자로"… 기관·법인 진입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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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 구조는 과거와 비교해 안정된 것으로 본다. 개인 중심 투기적 거래가 주도하던 시장은 제도권 편입과 함께 기관 및 법인투자자의 참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금융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거래소 전체 예치금 중 기관·법인 자금 비중은 2023년 9%에서 2025년 1분기 18%로 상승했다.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 등 주요 거래소는 모두 법인 전용 계좌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구조적으로 기업형 고객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제휴 은행인 케이뱅크의 법인용 가상자산 계좌 수는 2025년 8월 기준 100좌로, 지난해 말(49좌)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화와 기관 진입이 맞물리며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법제화를 통해 가상자산시장이 기존 금융시스템 일부로 통합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기관과 법인 투자자 진입이 시장 신뢰도와 유동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희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20년 특금법과 2023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은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 규제 기본 틀을 마련했다"며 "현재 국내 디지털 자산시장은 보다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2단계 입법으로 향하는 중대한 제도적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디지털자산 시장 규제의 명확성 확보는 이용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디지털자산 혁신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며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책임 있는 혁신'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