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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되며 금융권도 스스로 문턱을 낮추고 경계선을 허물고 있다. 은행·증권·핀테크를 막론하고 디지털 자산 시장과 연결고리를 확대하며 금융 인프라로서의 코인 생태계를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하려면 거래소 제휴 은행 계좌가 필요한 것도 대표적 전통 금융인 은행권도 이미 가상자산 시장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2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와 은행의 제휴는 양 사 모두에게 '윈-윈'이 된다는 분위기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는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고 있다. 빗썸은 KB국민은행, 코인원은 카카오뱅크, 코빗은 신한은행, 고팍스는 전북은행 계좌로 거래가 가능하다. 은행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저원가성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고객 실명계좌 예치금은 대부분 요구불예금(보통예금)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인출이 가능하지만 금리가 거의 없는 단기성 예금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 비용이 사실상 없으며 이 자금은 은행의 운용 재원으로도 활용돼 '저원가성 자금 풀' 역할을 하고 있다.
거래소 제휴를 통해 신규 고객 확보 및 디지털 금융 채널 확장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실제 케이뱅크는 업비트 제휴 이후 2020년 219만명이었던 고객 수가 올해 초 1339만명으로 증가했다.
거래소도 은행 실명계좌 제휴를 통해 고객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실명계좌를 통한 거래가 가능해야만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록이 가능하다. 따라서 은행 제휴 없이는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형 시중은행의 브랜드 신뢰도가 더해지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이 확대되고 은행이 제공하는 AML(자금세탁방지)·KYC(고객신원확인)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거래 안정성과 보안성도 강화된다.
증권·핀테크, 커스터디에서 스테이블코인까지… 진출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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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와 금융사들도 공격적으로 디지털자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며 공격적으로 디지털자산 사업을 확장 중이다. 커스터디와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 STO(토큰증권) 및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 상품 출시를 준비한다.
미래에셋증권은 디지털자산솔루션팀을 최근 '디지털자산본부'로 격상했다.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다양한 기초자산을 활용한 토큰증권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신한투자증권은 'AI솔루션부'를 구축하고 디지털자산 사업을 모색 중이다. 글로벌 퍼블릭 블록체인 기관인 솔라나재단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STO 및 실물자산 토큰화(RWA), 커스터디 인프라 구축,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시스템 등을 구상 중이다.
키움증권은 업계 최초로 디지털자산리서치팀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디지털자산 전문기업 'INF컨설팅'과 STO 플랫폼 구축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온체인 거래' 기반의 디지털자산 플랫폼 구축을 착수했으며 가상자산·토큰증권·커스터디 등 관련 역량 강화를 본격화 중이다.
핀테크 업계도 공격적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토스는 빗썸과 스테이블코인 결제 및 송금 서비스를 공동 기획 중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지분 교환을 통해 인수 합병을 추진 중이며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위한 조인트벤처 설립 등도 검토 중이다.
디지털자산,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전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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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 법제화를 통해 향후 규제 체계가 정비되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평가다. 가상자산 시장에 제도권 금융이 빠르게 진입하고 있지만 규제 체계는 여전히 자본시장법과 전자금융거래법 사이의 회색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 2단계 법안이 본격 시행되면 그동안 상존했던 미등록증권 이슈, 회계·과세 충돌, 감독 공백 등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부터 법인 가상자산 투자 허용,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 강화, 디지털금융감독국 신설 검토 등 후속 제도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과 규제 정비가 본격화하면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팽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경희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자산 시장은 이제 금융 시스템 일부로 통합되는 중"이라며 "투기 대상이 아닌 '인프라 자산'으로 인식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도 디지털자산 산업 및 기술 육성에 관한 장기 마스터 플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가상자산시장이 미래금융의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는 ICT(정보통신기술) 및 관련 산업의 육성 기반으로 전환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