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진행을 막아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존폐 기로에 섰다. 부동산 민심 수습을 위한 카드로 국회에서 재초환 완화 또는 폐지 논의가 공식화돼 사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투기 수요 자극 가능성이 상존하고 정책 혼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재초환의 완화 또는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유지 입장이었으나 최근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고 주택 공급 확대 요구가 커지면서 당내에서 제도 수정론이 제기됐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으로 흔들린 민심을 수습하고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는 이익이 1인당 평균 80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도입 후 시장 침체로 유예됐다가 2018년 재시행됐다. 윤석열 정부는 다시 폐지를 추진해왔다. 실제 부과된 전례는 없지만 정비사업 수익성 저하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국토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담금 부과 대상 예상 단지는 전국 68곳으로, 이 중 서울이 31곳에 달한다. 조합원당 평균 부담금은 약 1억원, 강남권 등 주요 단지는 최대 4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정비사업을 제약해온 재초환이 폐지될 경우 수도권 공급 확대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초환으로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라며 "재초환이 아니더라도 조합별로 분담금이 수억원씩 부과되는 상황인데, 여기에 환수금까지 더 내야 한다면 현실적으로 버티기 어렵다.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위해 폐지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변수에 촉각… "구조 개선 병행돼야"
다만 제도 하나로 모든 병목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급 부족과 장기 규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다"면서도 "초과이익 환수만으로 사업이 자동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인허가 절차 개선이나 공사비 급등 억제 등 구조 보완이 병행돼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논의가 급변하는 정치권 상황도 변수다. 여권 지도부는 투기 수요 자극과 가격 불안 우려를 들어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재초환 완화·폐지와 관련해 "개별 의원 차원의 아이디어일 뿐 당 차원 논의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폐지 시 일부 지역에만 혜택이 집중돼 역풍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재초환이 당장 폐지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소장은 "요즘 부동산 민심이 좋지 않다 보니 선거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며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제도를 폐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투기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정비사업 자체가 고액 분담을 감당할 수 있는 수요를 전제로 하고, 현재의 재건축 수요는 상당 부분 실수요층으로 재편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송 대표는 "정책이 번복되거나 미세 조정 수준에 그치면 현장의 혼란만 커진다"며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실거주 요건 등으로 투기 세력 유입이 위축됐다. 초과이익 규모가 클수록 혜택이 커지는 건 사실이지만 투기 확산으로 직결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주택담보대출(LTV) 규제도 강화돼 청년층과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진 반면 현금 여력이 있는 계층만 혜택을 본다는 비판이 커졌다.
당 주택시장안정화TF 위원이자 국회 국토위 여당 간사인 복기왕 의원은 지난 23일 "주택 공급을 촉진할 단초가 된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 대표도 "국토위 차원에서 유예기간 연장 또는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