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들이 세금 족쇄에 지속적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날마다 최고점을 갈아치우는 코스피와 달리 맥을 추지 못하는 코스닥 시장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해선 성장을 가로막는 근본적 요인을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술을 앞세운 혁신기업들은 제도적 환경에 민감하다.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이 이어지고 우수 인재가 머물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장기 성장이 가능함에도 국내는 여전히 제도적 한계가 가로막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의 상속세와 스톡옵션 과세 제도는 여전히 기업의 '성장 엔진'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국세청에 따르면 상속·증여세 부담으로 해외로 이주한 국내 대주주는 지난해 29명으로 제도 시행 첫해(2018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국외전출세 신고세액도 65억원에서 149억원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상속세 부담이 기업 승계를 막고 자산가의 해외 이탈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분석한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최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60%에 달한다. 이는 OECD 평균(약 33%)의 두 배 수준으로 기업가 정신을 이어가려는 창업주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상속세는 국세의 3~4%에 불과한데 비중이 작은 세수를 위해 기업 승계가 막히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OECD 평균보다 두 배 높은 세율 구조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세제개편안에서 상속세 개편을 장기 과제로 미뤘지만 경제계에서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과세표준 구간 현실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한다.

오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과표 구간이 20년 넘게 그대로라 대부분의 자산가가 과세 대상이 됐다"며 "상속세 개편은 부자 감세가 아니라 경제 정상화 조치"라고 주장했다.

상속세 완화 논의와 함께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전면 개편 필요성도 커진다. 현행 제도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만 대상이며 가업영위 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원 한도까지 상속세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속 후 10년간 업종 변경 금지, 가업용 자산 40% 이상 처분 제한, 정규직 고용 및 급여 유지 등의 사후관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최근 10년간 가업상속공제 신청 건수는 100건 안팎에 그쳤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10년 이상 경영 요건과 고용유지 의무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견해다. 이에 따라 업계와 학계에서는 공제 한도를 최대 1200억원까지 상향하고 사후관리 요건을 탄력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업종 변경 제한을 완화하고 상속세 분할 납부 기간(연부연납)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오 교수는 "기술특례상장기업이나 벤처, 코스닥 혁신기업은 상속세 부담이 곧 경영권 위협으로 이어진다"며 "가업상속공제는 단순한 감세가 아니라 일자리 유지와 기업 연속성을 위한 제도인 만큼 대폭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하고 배우자 공제 확대 및 가업상속공제 개선이 이뤄지면 자본시장에도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고 부담이 줄면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기업이 장기 성장에 나설 여력도 생겨 코스피·코스닥 지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실현 이익에도 세금… 스톡옵션 '무용지물'

스톡옵션 과세 특례 대상을 넓혀 혁신기업을 지원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혁신기업의 성장 동력은 결국 사람이지만 현행 스톡옵션 과세 구조는 인재 확보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꼽힌다.

현재 비상장·코넥스 상장 벤처기업은 스톡옵션 행사이익에 대해 연 5000만원 한도 비과세 및 양도 시 과세 이연 특례가 적용되지만,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 때문에 상장 벤처기업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미실현 이익에도 근로·기타소득세(6~45%)가 즉시 부과된다. 현금 유입이 없는 상태에서 세금을 내야 해 오히려 스톡옵션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까지 스톡옵션 과세특례 대상을 넓히고 비과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2억원 이상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과세시점을 '행사 시점'에서 '양도 시점'으로 이연해 미실현이익에 대한 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

이점옥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자산관리컨설팅부 팀장은 "상장 벤처기업은 스톡옵션 과세특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핵심 인재 유인을 위한 보상 수단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벤처기업법상 RSU(조건부주식보상) 역시 세제 측면에서 실질적 이점이 없어 장기보유 유인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 벤처기업은 여전히 높은 기술 리스크와 성장 불확실성을 감수하는데도 세제지원이 끊기면서 제도의 근본 취지가 퇴색됐다"며 "스톡옵션 과세특례를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까지 확대 적용하면 R&D 투자와 기업가치 제고, 자본시장 성장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닥 혁신기업의 지속 성장은 세금을 얼마나 내느냐가 아니라 세제가 얼마나 미래지향적으로 설계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가업상속공제 완화는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을 이어가는 기반이며, 스톡옵션 과세특례 확대는 핵심 인재를 국내에 붙잡는 장치"라며 "'세금 정상화'는 특정 계층의 감세가 아니라 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개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