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지난 9월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하이브와의 주식 매매대금 청구 및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 관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가 법정에서 다시 맞붙은 가운데 카카오톡 증거 능력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과열되는 심리 도중 재판부는 민 전 대표의 답변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지난 27일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소송 5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도 병행 심리가 진행됐다. 민희진 전 대표는 당사자 신문을 위해 출석했다.


민 전 어도어 대표에 대한 당사자 신문이 이날 약 5시간 동안 이어진 가운데 재판부가 민 전 대표의 답변 태도를 수차례 지적하며 이례적으로 제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민 전 대표가 질문이 끝나기 전 말을 끼어들고 질문의 취지보다 자신의 의견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방식이 반복되자 재판부가 직접 답변 방식을 정리해줄 정도였다.

하이브 대리인의 질문이 시작되자마자 잦은 충돌로 과열됐다. 민 전 대표는 질문 중간에 끼어들며 "질문의 전제가 잘못됐다", "맥락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고 이에 하이브 대리인은 "질문을 끝까지 듣고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다. 계속된 옥신각신에 재판부가 나서기도 했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에게 "질문을 잘 듣고 적절한 답변을 하라"며 "가장 쉬운 방법은 '맞다, 아니다, 모른다, 기억 안 난다'를 먼저 말하고 필요하면 그 뒤에 설명하라"고 구체적인 방식까지 제시했다. 이어 "증인 어투가 일정한 패턴이 있다. 지금처럼 하면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원고 대리인이 반응하지 말라. (민 전 대표가) 안 바뀌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이 측근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화자가 나이기에 나만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답변을 길게 이어갔다. 재판부는 "왜 이런 식으로 '왜 그렇게 질문하느냐'고 반문하는가. 그런 질의는 변호인의 직업"이라며 다시 한번 제지했고 민 전 대표는 "몰랐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재판부는 두세 차례 더 답변 태도를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신문에서는 카카오톡 대화를 둘러싼 증거 공방도 격렬하게 벌어졌다. 민 전 대표는 해당 카카오톡 증거가 조작되거나 짜깁기되었다고 항변했으며 자신의 발언 의도는 본인만이 알 수 있다며 하이브 측 대리인이 맥락을 모른 채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몰아가기식 질의'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 전 대표는 측근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일부 오래된 대화에 대해서는 "몇 년 전 일이라 파악조차 안 된다. 패닉 상태가 되어 가고 있다. 내용이 뭔지 기억이 안 난다"며 기억에 의존할 수 없음을 토로했다. 하이브 대리인은 "피고가 질문에 집중을 못하고 엉뚱한 답변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민 전 대표는 "질문의 전제가 잘못됐다. 왜곡하고 있다"며 맞서면서 강대강 대치가 이어졌다.

재판부는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측의 공방을 중단시키며 디지털 기록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카톡이 있으면 증거자료로 내면 된다. 전후 맥락상 그렇게 읽히면 4년 전 기억보다 그게 더 강력한 증거"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보통 카톡은 기억보다 더 정확한 증거로 본다"며 "원고 측은 피고가 대화를 나눴는지와 그 배경 정도만 확인하면 된다"고 정리했다.

양측 변호인들에게도 "문맥의 전문가는 변호인"이라며 "이 해석이 맞다, 아니다는 변호인끼리 논의하라. 증인 신문에서는 사실관계 확인에 집중하라"고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