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단일법인으로 통합되면서 조선 부문의 전략·기술·투자 역량을 한데 묶는 체제가 마련됐다. HD현대그룹은 통합을 통해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사업 운영 효율을 높여 글로벌 방산·특수선·친환경 선박 중심의 '미래 조선 플랫폼' 구축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조선·방산 사업이 동시에 성장하는 시점에 규모와 입지 경쟁력을 한 축으로 결집한 것으로 관측된다.
HD현대는 1일 조선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모든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했다고 밝혔다.
이번 통합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신설법인의 지분 69.29%를 보유하게 된다. 기존에는 HD현대중공업이 42.40%, HD현대미포가 74.18%를 따로 보유하는 구조였으나 앞으로는 조선 계열 전반의 투자·기술·해외사업이 'HD한국조선해양 → 신설법인 → 해외 자회사'라는 단일 축으로 재편된다. 지주사와 계열사 사이의 중복 구조를 제거하고 향후 대규모 투자와 해외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는 판단이다.
HD현대가 내부 조직 구도를 통합한 가장 큰 이유는 'K방산 조선'의 확장 시점이 예년보다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분쟁 장기화로 함정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미국이 추진 중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향후 2035년까지 최대 1000척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경쟁 환경이 달라졌다.
통합법인 체제는 글로벌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필리핀 수빅만 조선소 일부를 임차해 해군함정 MRO와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제작을 병행하고 있다. 마스가 대응을 위해 '기술·건조·정비' 사이클을 하나의 법인 안에서 총괄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이번 통합의 핵심적 배경으로 평가된다.
특수목적선 시장에서도 통합 효과가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 서로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통합 이후에는 양사가 확보한 건조 데이터와 선형 개발 역량이 단일 조직에서 공유되며 특수선 수주전에서의 대응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변수다. 탄소중립 선박, 자율운항 시스템 등 미래 기술 개발은 규모가 클수록 효과가 커진다. 두 회사가 나눠서 투자하던 기술개발 체계를 하나로 묶으면 중복투자를 줄이고 연구·설계 대형화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는 '신기술 대형화' 동력을 이번 합병의 중요한 목표로 제시했다. 글로벌 선주들의 친환경선 발주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기술·조달·건조를 통합한 '패키지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해외 야드 전략도 단일법인 체제에서 조정된다. HD현대베트남조선은 연간 최대 15척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해 15척을 인도해 6억2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7월 누계 기준으로 29척(16억2000만달러)을 수주하며 연간 목표 대비 320%를 초과 달성했고 현재 수주잔량만 59척(약 3년치)에 달한다.
해외 법인의 지배구조도 간소화된다. HD한국조선해양이 신설법인을 69.29% 보유하고 신설법인이 베트남·필리핀 법인을 직접 관리하는 구조다. 투자 집행과 현지 프로젝트 대응에서 불필요한 절차가 줄어들어 해외사업 확장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실질적인 매출 변화는 2028년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7년까지 건조 슬롯이 이미 모두 배정돼 있어 합병 직후에는 매출 구조에 큰 변동이 없다. 현재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미국향 군수지원선·전략 상선단 등 신규 프로젝트 역시 지금 수주하더라도 매출 인식 시점은 2028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35년에는 매출 37조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오늘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날"이라며 "양사가 가진 기술력과 노하우에 임직원들의 열정이 더해진다면 새로운 혁신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