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의 사퇴로 한 달 넘게 이어진 공백이 채워졌다. 국토부 내에서 주택정책의 핵심 보직을 맡아온 김이탁 신임 1차관은 새로운 주택공급대책 발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안 조율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할 전망이다.
1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부 신임 1차관으로 선임된 김이탁 경인여대 겸임교수는 국토부에서 주택정책과장, 주택정비과장, 주택건설공급과장 등을 거친 '주택통'으로 꼽힌다.
새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국토부는 주택공급대책 수정과 LH 개혁안, 10·15 부동산 대책 보완 등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고 김 신임 차관에게 조직 안정이라는 과제도 주어졌다.
이 전 차관이 주거정책 발언 논란으로 국토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어 내부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평가다. 관료 출신의 김 차관은 조직 안정과 정책 일관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 노동조합은 김 차관의 임명 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료 출신을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주택공급대책 세부 계획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목된다. 지난달 '국토부·LH 합동 주택공급 TF'와 'LH 주택공급 특별추진본부' 현판식에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연내 추가 공급대책 발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지만 잘 안 된 지역과 노후 공공청사,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그린벨트 해제 여부 등을 종합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 국토교통비서관을 지내 유휴부지 공급을 직접 다뤘던 만큼 이해도가 높다. 문 정부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CC,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등을 활용한 공급대책을 발표했다가 주민 반발과 기관 간 이견 등의 문제로 무산됐다. 김 차관은 당시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분석해 보다 현실적인 공급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김 차관이 문 정부 당시 정책 수립의 주축이었던 만큼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장의 공급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빠른 공급이 필요하다"며 "내년에는 전·월세 불안이 예상되고 즉시 수요 대응이 가능한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대책도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그린벨트 해제와 정비사업 정책에선 국토부가 서울시와 이견을 조율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지방정부가 한 차례 실무 협의를 진행한 상황에 총괄 책임자가 부임하면서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H 개혁' '10·15 대책 조정' 등 과제
또 다른 과제는 LH 개혁안이다. 김 차관은 부임 후 LH 개혁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연말 발표가 예정된 개혁안을 총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공동위원장이던 이 전 차관의 사퇴 이후 문성요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이 직무 대행을 맡고 있다.현재 개혁위는 공공택지 매각에 의존해온 기존 모델을 공공이 직접 시행하고 장기 임대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공이 토지를 장기 보유하고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토지주택은행 설립과 지방도시공사와의 기능 조정, 조직문화 개선 등도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개혁안의 핵심은 LH 부채가 160조원 이상으로 불어난 상황에 공공 직접 시행을 확대하는 세부 방안이다. LH가 토지를 매입해 사업을 추진할수록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연내 개혁안 마련이라는 일정도 촉박한 상태다. 공공성과 재무 건전성, 사업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조율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0·15 대책 이후 집값 양극화와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외곽 지역의 규제 완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 위원은 "10·15 대책 발표 후 약 두 달 동안 여러 부작용이 발생해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시장의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