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발판 삼아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회사는 미래 리더 육성과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핵심으로 한 대규모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풀 스택 AI 메모리'(Full Stack AI Memory) 전략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4일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에서 지난해 33명보다 늘어난 총 37명의 신규 임원을 배출했으며 이 중 약 70%를 사업·기술 분야에서 발탁했다. AI 시대 반도체 신기술 경쟁에서 R&D 역량 확보에 집중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미래기술연구원 소속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10월 인사에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장이 그 출발점이다. 차 사장은 D램 개발 담당 임원 출신으로서 미세공정 기반을 닦고 더블데이트레이트(DDR), 저전력 D램(LPDDR), HBM까지 아우르며 D램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연구원장직을 맡은 뒤 2022년부터 D램과 낸드의 기술적 한계 돌파를 위한 혁신을 이끌고 있으며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지배력 유지를 위한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책임자로서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번 승진자 중에서는 1980년대생 여성인 손윤익 팀장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손 팀장은 미래기술연구원에서 AI 반도체용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에 매진해왔다. 특히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로직(Logic) 반도체에 적용되던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공정을 D램에 성공적으로 적용해 제품 성능과 전력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경쟁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 체계 전반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거점에 글로벌 AI 리서치 센터를 신설했다.
안현 개발총괄(CDO) 사장이 센터장을 맡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컴퓨팅 시스템 아키텍처 연구를 가속화한다. 미주 센터에는 글로벌 '구루'(Guru)급 인재를 영입해 시스템 연구 역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동시에 미국 인디애나에 건설 중인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구축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생산 경쟁력 강화를 전담할 글로벌 인프라 조직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국내 이천과 청주 공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김춘환 담당이 이끌며 글로벌 생산 체계의 일관성을 강화해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와 지정학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거시경제부터 산업·기업 분석까지 담당하는 매크로 리서치 센터(MRC)도 신설했다. 고객·기술·시장 정보를 AI 기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하는 매트릭스형 조직 인텔리전스 허브 또한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시장과 기술 흐름에 대한 통찰력을 강화하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고도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번 조직 개편은 AI 시대의 도래와 HBM 중심의 AI 메모리 전략으로의 전환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AI 메모리 전략을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공식 선언하며 차세대 HBM, D램·낸드, 패키징, 시스템 설계까지 포함하는 통합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는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리딩 컴퍼니로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