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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지방자치단체에서 처리하는 민원 1000건 중 3건이 공무원들 사이에서 흔히 '악성 민원'으로 불리는 '특이 민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폭언·욕설이 10건 중 7건 이상으로 가장 많았지만 성희롱이나 협박, 폭력 등을 경험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민원인이 원하는 대로 잘못된 해결책을 내놓도록 종용받은 경우가 적지 않아 일선 현장에서 악성 민원인에 대응해야 하는 민원 처리 담당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기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방자치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실태와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 7만9904건, 연평균 2만6635건의 특이민원이 지자체에 접수됐다.
이는 지자체에서 처리하는 민원 중 약 0.3%로, 1000건당 3건은 특이민원인 셈이다. 양태별로는 폭언·욕설이 78.0%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협박(12.3%) 성희롱(1.2%) 폭행(0.4%) 기물파손(0.2%) 등이다.
지난 8월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조합원 18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10명 중 8명 이상은 폭언과 인격 모독 등에 일상적으로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응답자 대다수는 최근 6개월간 혼잣말 욕설 등 폭언(88.9%)과 반복 전화(85.8%) 장시간 전화(85.4%) 인격 모독(80.8%) 등 각종 특이민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상해 협박(45.8%)과 성희롱(28.8%)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이나 성추행(16.8%) 신체에 대한 폭력(10.9%)처럼 범법성이 높은 특이민원을 경험한 공무원 비율도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민원처리 담당 공무원들이 체감하는 보호장비나 조치는 녹음전화(59.7%) 민원창구 투명 가림막(58.5%) 폐쇄회로(CC)TV(55.8%) 비상벨(48.3%) ARS 음성 안내(47.9%) 순이었다.
그러나 투명 가림막이나 방문 목적 외 사무실 출입을 제한하는 차단 시설을 제외한 다른 조치는 제공받고 있더라도 유용하지 않다는 답변이 많았다.
현재 제공되고 있는 행정·인사적 조치는 정기적인 민원 대응 교육 프로그램(46.3%) 인사고충에 대한 상담(44.9%) 민원처리 담당자에 대한 심리상담(36.7%)이 많았다.
제공되고 있지 않으나 필요한 행정 인사적 조치로는 특이민원인 대응 후 적당한 휴게시간 보장과 휴식장소 제공(72.6%) 법적 대응에 필요한 지원(60.5%) 민원에 따른 상해에 대한 진료비·약제비 지원(60.1%) 등이 꼽혔다.
악성민원뿐 아니라 기관장이나 상사 등으로부터 민원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라는 압박을 받는 것도 공무원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앞선 조사에서 최근 6개월 이내에 위법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민원을 민원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도록 상사 등으로부터 종용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43.6%에 달했다.
위법은 아니지만 부당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민원을 민원인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도록 상사 등으로부터 종용받은 경험의 경우 이보다 더 높은 61.4%의 응답률을 보였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민원 담당 공무원이 기관장·상사 등의 외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 2021년부터 지난 9월까지 지자체가 주체가 돼 특이민원인을 고발한 사례는 25건뿐이었다. 또 전담대응팀을 지정한 지자체는 지난 3월31일 기준 71.8%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비와 조치의 보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특이민원인의 폭행 등 위법행위에 대해 기관 차원에서 엄정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지침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원 업무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발생시키는 민원인을 지자체 차원에서 목록화해 관리하고, 경험이 풍부한 공무원이나 민원심사관이 전담해 대응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