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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이 러시아군의 점령지 내 만연한 성폭력을 강력히 비판했다.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각)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은 미국 CBS방송사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러시아 군인들이 점령 지역에서 여성과 아동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은 말로 설명하기 매우 어려울 정도"라고 운을 뗐다.
젤렌스카 영부인은 "이건 (군인 개인의) 개별적 사건이 아니다"며 "러시아군 지도부가 이런 짓을 허용했다는 뜻이다"고 단언했다. 또 "의식적으로 저지르는 범죄로 그들이 점령지를 장악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주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화를 파괴하려 한다"고 규탄했다.
CBS방송은 이날 러시아 군인들의 점령지 성폭력이 검찰청에 신고된 것만 231건이며 이 중 13건은 어린이 피해자라고 소개했다. 젤렌스카 영부인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낙인 때문에 실제 규모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인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군의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일 미국 CNN방송은 "러시아 점령지 내 수용소에 구금된 우크라이나인의 43%가량이 성폭력을 포함한 고문에 시달리고 있다"고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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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카 영부인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아동 집단 납치에 대해서도 규탄했다. 그는 "아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강제 이송은) 진정한 문제"라며 "가능한 모든 정치적 플랫폼에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전했다. 그러면서 "유엔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자국으로 돌려보내게 하는 새로운 공동 노력 체계 개발을 제안했다"며 "아이들의 운명을 갖고 노는 것은 인간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강제 이송은 유엔이 정의한 대량학살에 해당하는 국제법상 범죄행위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발발 이후 납치된 아동 수가 1만9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벨라루스 관영 언론은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점령 지역 아동들이 벨라루스에 도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납치됐다가 풀려난 아이들 31명의 증언에 따르면 강제 이송된 아이들은 쥐·바퀴벌레가 있는 공간에서 지내며 더러움과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아울러 '미국으로부터 필요한 만큼 군사 원조를 받고 있는가'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젤렌스카 영부인은 "매우 정치적인 질문"이라며 "대통령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젤렌스카 영부인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뉴욕 유엔 총회 참석차 지난주 방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