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하기 위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막판 경쟁이 뜨겁다. /사진=로이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하기 위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막판 경쟁이 뜨겁다. /사진=로이터
막바지에 다다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것은 단연 유럽클럽대항전 진출권이다. 우승 레이스가 리버풀의 독주로 다소 싱겁게 끝났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은 많은 축구팬들의 시선을 여전히 프리미어리그에 묶어놓기 충분하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일정을 끝으로 모든 팀이 32라운드까지 마쳤다. 4위 첼시는 물론 안전권이라고 여겨지던 3위 레스터 시티도 이번 라운드에서 나란히 패배를 당하자 경쟁권은 완전한 혼전 상황에 빠져들었다. 리그 종료까지 팀 당 6경기씩 남은 가운데 진출이 유력한 후보들을 중심으로 강점과 약점을 하나씩 짚어봤다.

레스터 시티 - 공고했던 3위 벽에 금이 가다

레스터 시티 공격수 제이미 바디는 재개 이후 3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사진=로이터
레스터 시티 공격수 제이미 바디는 재개 이후 3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사진=로이터
레스터 시티의 이점은 승점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것이다. 레스터는 현재 16승7무9패 승점 55점을 얻은 상태다. 지난 6라운드에서 처음 3위까지 치고 올라온 뒤 계속 현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1위 리버풀, 2위 맨체스터 시티에 이어 공고한 상위권을 형성했다. 회춘한 공격수 제이미 바디가 최전방에서 19골을 터트린 가운데 수비와 중원에서 전반적으로 단단하고 빠른 팀 색깔이 돋보인다.
길고 길었던 코로나19 공백기 탓일까. 이 공고했던 아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레스터는 재개 첫 경기던 왓포드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특히 7월 첫 경기였던 에버튼과의 경기에서 1-2 일격을 얻어맞았다. 팀 공격을 이끌던 바디는 재개 이후에도 매 경기 출전했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주전 공격수의 침묵은 레스터에게 있어 치명적이다.


그 사이 추격자들이 바짝 쫓아왔다. 한 때 9점에 달했던 첼시와의 격차는 이제 1점차로 바짝 좁혀졌다. 첼시만 따라온 게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울버햄튼이 첼시의 뒤를 따라 승점 3점차 안에서 바짝 뒤쫓아왔다. 대진운도 만족스럽지 않다. 아스날(34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36라운드), 토트넘 홋스퍼(37라운드), 맨유(38라운드) 등 까다로운 상대들과의 일전이 남아있다. 가장 나쁜 최근 분위기에 대진운까지 좋지 않아 레스터의 챔피언스리그 진출 여부는 최종전이 끝나고 나서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첼시 - 꾸준한 공격력, 꾸준한 수비력

첼시는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현재 승점 54점으로 4위에 올라있다. /사진=로이터
첼시는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현재 승점 54점으로 4위에 올라있다. /사진=로이터
재개 이후 첼시를 이끄는 축은 보다 활발해진 공격력이다. 첼시는 지난달 중순 리그 재개 이후 2승1패를 거두면서 6득점 5실점을 기록했다. 공격진이 매 경기마다 꼬박꼬박 2골씩 넣으며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 31라운드 맨시티전에서는 이런 집중력이 그대로 나타났다. 첼시는 이날 경기에서 33%라는 적은 볼 점유율을 기록했음에도 공격에서는 오히려 맨시티를 압도했다. 첼시 공격진은 총 11개의 슈팅 중 8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는 집중력을 뽐내며 맨시티에게 2-1 승리를 거뒀다. 갈 길 바쁜 맨시티는 이날 경기 결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향한 실낱같은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다.

첼시의 고민은 분위기를 탄 공격력을 수비가 받쳐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지난 2일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 이런 문제점이 터졌다. 웨스트햄이 기록한 토마시 수첵과 미카엘 안토니오의 골은 모두 첼시 수비진의 전술 미비와 집중력 부재가 불러온 실점이었다.


수첵에게 당한 실점은 신장이 맞지 않는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가 마크맨을 맡는 등 세트피스 준비 전술에서 아쉬움이 드러났다. 안토니오의 골도 페널티박스 안에서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쇄도한 그를 첼시 수비진이 미처 확인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웨스트햄은 이번 시즌 승점 30점으로 리그 16위에 머물러있는 팀이다. 유럽클럽대항전 경쟁을 펼치는 첼시로서는 반드시 승점 3점을 챙겼어야 하는 상대였다. 첼시가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수비 안정화를 토대로 예상치 못한 패배를 막아야 한다.

맨유 - 무결점에 가까운 행보… 굳이 약점 꼽자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지난 1일(한국시간) 열린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과의 경기에서 후반 5분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골이 터진 뒤 다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지난 1일(한국시간) 열린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과의 경기에서 후반 5분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골이 터진 뒤 다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맨유는 현 시점 챔피언스리그 안착이 가장 유력하다. 맨유는 지난 1월 말 번리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0-2로 패한 뒤 공식전 15경기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리그와 유로파리그, FA컵을 가리지 않고 11승4무의 강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쉬고 온 다음에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재개 첫 경기였던 토트넘전을 1-1로 예열한 맨유는 셰필드와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에게 각각 3-0 승리를 거뒀다.
맨유의 상승세를 이끄는 건 무결점에 가까운 필드 라인업이다. 지난 1월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공격수 오디온 이갈로가 합류하며 공격진의 시너지가 폭발했다. 페르난데스는 겨울이적시장에서 합류한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만 8경기에 출전해 5골3도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페르난데스보다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선수는 전무하다시피하다. 이갈로도 맨유에 부족했던 포스트 플레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교체 자원으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여기에 부상으로 이탈했던 폴 포그바와 마커스 래시포드, 스콧 맥토미니가 코로나19 봉쇄 기간 돌아왔다. 잘 풀리지 않던 앙토니 마샬은 지난 셰필드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골 감각을 다시 일깨웠다. 영건 메이슨 그린우드도 당당히 실력으로 공격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수비진은 아론 완-비사카, 빅토르 린델로프, 해리 매과이어, 루크 쇼의 백4가 이상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경기장에서는 결점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굳이 맨유의 약점을 찾는다면 최후방이 있다.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는 오랜 기간 팀의 수호신 역할을 맡아왔으나 이번 시즌에는 유독 잔실수를 많이 저지르며 불안함을 노출했다. 지난해 말 열린 왓포드전에서는 정면으로 날아오는 공을 잡지 못해 실점하는가 하면 3월 에버튼전에서는 전반 3분 만에 킥 미스로 상대 공격수에게 공을 헌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과거의 일이 됐다. 팀 수비가 안정화되자 데 헤아도 지난 2월 이후 열린 리그 8경기에서 6번의 클린 시트(무실점 경기)를 달성하며 기세를 회복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빡빡한 일정 속 선수들의 부상만 잘 관리한다면 다음 시즌 충분히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울버햄튼 - 상승세는 최고… 부실한 선수층은 고민

울버햄튼은 단단한 선발라인업에 걸맞지 않는 빈약한 백업 선수층이 단점으로 꼽힌다. /사진=로이터
울버햄튼은 단단한 선발라인업에 걸맞지 않는 빈약한 백업 선수층이 단점으로 꼽힌다. /사진=로이터
울버햄튼은 현재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을 펼치는 4개 팀 중 재개 이후 가장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첫 경기던 웨스트햄전(2-0 승)을 시작으로 본머스, 아스톤 빌라를 만나 3연승을 거뒀다. 같은 기간 실점은 없었다. 상대가 모두 하위권 팀이었으나 똑같이 웨스트햄 원정을 치른 첼시가 2-3으로 패한 점을 고려하면 필요할 때 꼬박꼬박 승점을 챙겼다는 뜻이 된다.
대진운도 좋다. 33라운드 아스날과 최종전 첼시를 제외하면 까다로운 상대가 없다. 첼시전을 원정으로 치러야 하지만 울버햄튼의 이번 시즌 원정 경기 성적은 리그 전체 3위(7승6무3패)에 이를 정도로 좋다. 홈 성적이 리그 8위(8승3무5패)에 불과한 첼시를 원정에서 만나는 점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울버햄튼의 강점은 단단한 선발진에 있다. 후이 파트리시우 골키퍼를 필두로 윌리 볼리-코너 코디-로망 사이스가 나서는 백3 라인, 양 측면 윙백 맷 도허티와 조니 카스트로, 주앙 무티뉴와 후벤 네베스의 중원, 라울 히메네스를 중심으로 디오고 조타와 아다마 트라오레가 날개를 펴는 공격진까지. 선발 라인업의 단단함은 어지간한 빅 클럽 부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을 받쳐줄 후보들의 기량에는 의문이 붙는다. 울버햄튼 벤치에 앉은 이들 중 주전급으로 대체가 가능한 선수는 미드필더 레안데르 덴돈커, 공격수 페드루 네투, 베테랑 골키퍼 존 러디 정도다. 나머지 선수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리거나 기량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말 그대로 후보 선수들이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을 제외하고 이번 시즌 리그 두자릿수 출전을 달성한 이는 1999년생 수비수 후벤 비나그레(14경기) 뿐이다.

울버햄튼은 오는 5일부터 26일까지 6경기를 몰아치는 강행군을 펼친다. 다른 구단들도 일정은 비슷하지만 울버햄튼보다는 상대적으로 든든한 백업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빡빡한 일정 속 주축 선수들이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울버햄튼의 유럽클럽대항전 진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