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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오른쪽)을 비롯한 토트넘 홋스퍼 와 본머스 선수들이 10일(한국시간) 영국 본머스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지친 표정으로 경기장 위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 |
토트넘 홋스퍼가 강등권 팀에게 덜미를 잡히며 유럽클럽대항전 진출권 추격에 실패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의 전술에 점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토트넘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본머스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재개 이후 잦은 일정을 소화한 토트넘은 강등권인 본머스를 만나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조세 무리뉴 토트넘 감독은 기존에 즐겨 쓰던 4-2-3-1 대신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중앙수비에는 기존에 나서던 다빈손 산체스와 에릭 다이어(징계) 대신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얀 베르통언 '베테랑 듀오'가 돌아왔다.
공격진에는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가 빠진 채 에릭 라멜라, 스티브 베르흐베인이 해리 케인과 전방 스리톱을 구성했다. 중원에는 최근 폼이 좋았던 지오바니 로 셀소를 필두로 해리 윙크스, 무사 시소코 3명이 나섰다.
하지만 토트넘의 전방 라인은 전반전 내내 별다른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했다. 오히려 간간히 나오는 본머스의 빠른 역습이 더 위협적이었다. 본머스는 자신들의 주된 공격 루트인 양 쪽 측면, 그 중에서도 주니오르 스타니슬라스와 조슈아 킹이 포진한 왼쪽을 적극적으로 두들겼다.
무리뉴 감독은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후반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과 탕귀 은돔벨레를 교체 투입했다. 원래대로라면 손흥민은 전반전 베르흐베인이 뛰던 왼쪽 측면에서 뛰며 상대를 뒤흔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후 토트넘이 보인 공격 전형은 경기를 보는 팬들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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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한국시간) 본머스를 상대한 토트넘 홋스퍼의 공격 전개 방향(붉은색 원)과 같은 날 아스톤 빌라를 상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푸른색 원)의 공격 전개 방향. /사진=후스코어드닷컴 |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을 측면이 아닌 가운데에 둔 채 경기를 풀어나갔다. 손흥민은 자신에게 익숙한 왼쪽 측면이 아닌 중앙 지역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하며 직접적인 득점을 노리는 게 아니라 패스 연결에 치중했다. 되레 활동량과 공 운반이 강점인 라멜라가 케인과 함께 거의 투톱처럼 공격으로 올라가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됐다.
이같은 형태는 토트넘의 공격이 지나치게 오른쪽으로만 쏠리는 기현상을 불러왔다. 분석전문 매체 '후스코어드닷컴' 자료를 보면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무려 44%에 달하는 공격 전개를 오른쪽에서 가져갔다. 반면 수비수 벤 데이비스만이 위치한 왼쪽은 24%의 의존율에 그쳤다.
그렇다고 해서 토트넘의 우측면 공격이 다양하게 이뤄져 상대를 교란시킨 것도 아니다. 토트넘의 오른쪽 측면은 철저히 수비수 세르주 오리에의 크로스에 의존했다. 손흥민을 비롯한 중원 선수들이 오리에에게 패스를 내주면 오리에가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올려 케인 또는 라멜라가 머리에 맞추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런 공격 방식의 일변화는 결국 상대에게 읽혔다. 본머스 선수들은 철저히 왼쪽 수비와 박스 안 밀집에 집중했고 토트넘은 이날 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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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무리뉴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10일(한국시간) 영국 본머스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본머스와의 경기 도중 근심 어린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
공격 방향의 전환과 다양한 패턴의 활용은 상대 수비를 교란시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같은 날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오른쪽부터 34%-27%-39%의 고른 공격 전개를 가져갔다. 어느 한 방향에 집중하기 보다는 플레이메이커인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중심으로 폴 포그바, 마커스 래시포드, 메이슨 그린우드, 앙토니 마샬 등이 번갈아가며 상대 수비를 뒤흔들었다. 토트넘은 이런 기본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무리뉴 감독은 시즌이 재개되기 전 케인과 손흥민, 베르흐베인 등의 부상 복귀를 언급하며 "우리는 환상적인 6명의 공격자원을 쓸 수 있게 됐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5경기를 치르는 동안 토트넘이 이 6명의 선수를 모두 경기장에 투입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무리뉴 감독은 자신이 보유한 자원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본인의 부활을 믿었던 팬들에게 또 한번 씁쓸함을 안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