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퇴직자 활용해 위기 돌파구 마련… GA 직접 설립도
"획기적인 상품을 만들 수도 없고…. 아무래도 채널 다변화 밖에는 해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보험가입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영업전략에 대해 묻자 보험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보험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보험업계는 정체기를 맞았다. 내수경기가 부진을 거듭하면서 가계경제에는 '여윳돈'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윳돈 부족은 보험가입 건수 하락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의 보유계약건수는 7531만4488건이었다. 하지만 올해 6월 말 보유계약 건수는 7505만1657건으로 26만2831건이 줄었다.
보험사들이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상품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보험업의 특성상 획기적인 상품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보험사들은 상품보다는 판매채널 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이다.
◆ 자영업자 손잡고 시장상황 돌파
#1.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 사장이 옆집 의류매장 박 사장에게 보험가입을 권유한다. 김 사장은 권유에 그치지 않고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직접 보험계약서에 서명을 받는다.
#2. 환자를 대상으로 의사가 보험상품을 추천한다. 비싼 의료비 지출에 대비한 상품가입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 의사 역시 환자에게 상품 권유뿐 아니라 직접 가입설계를 해준다.
신한생명의 소호슈랑스(SOHOsurance)를 통해 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풍경이다. 신한생명은 지난 2012년부터 소호슈랑스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소호슈랑스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소호슈랑스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려면 생명보험협회에서 발급하는 설계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된다. 이후 신한생명이 제공하는 설계사 교육을 이수하면 보험상품 판매가 가능하다. 창업비용 없이 자영업과 설계사를 병행할 수 있어 '투잡 설계사'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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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생명은 지난 7월 ‘베이비메모리즈’와 소호슈랑스 영업 확대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
신한생명은 올해 8월 육아전문 프랜차이즈업체인 '베이비메모리즈'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소호슈랑스를 확대했다. 최근에는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의사, 세무사, 중소기업 법인대표 등도 뛰어들었다.
신한생명은 소호슈랑스를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자영업자들이 주변 상인이나 지인에게 보험을 판매하면 영업력을 확대할 수 있고 의사, 세무사, 법인대표 등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신한생명의 잠재고객이 된다.
소호슈랑스는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내 주변에 있는 이웃을 통해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언제나 상담이나 상품에 대한 문의가 가능하다. 또한 의사나 세무사가 보험을 추천하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게 신한생명의 설명이다.
◆ 퇴직자는 '제2인생', 회사는 판매채널 강화
"은행에 평생 재직하며 쌓아온 소중한 경험과 전문지식, 네트워크를 살려 정년이 없는 금융전문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바란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5월 HIP(Hana Insurance Plaza)에서 일하게 될 하나은행 퇴직자 70여명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밝힌 말이다.
하나생명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HIP 영업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HIP는 하나금융그룹 퇴직자들이 개인 보험대리점 사업자로 활동하는 영업채널이다. HIP에는 금융사에서 평균 20여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은행 지점장 출신으로 개인대리점 대표로 등록해 활동 중이다.
보통 은행 등 금융사에 20여년 이상 몸담았던 직원들은 인맥이 넓다. 거래처였던 법인고객부터 친분이 있는 개인고객까지 다양하다. 김 회장이 강조한 '네트워크'도 이를 두고 한 말이다. 하나생명은 이와 같은 HIP 종사자의 특징을 활용해 고객접점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HIP채널 종사자들은 퇴직 후에도 금융사 경력 및 노하우를 살려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어 보험사와 종사자 모두가 윈윈하는 영업채널로 각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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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열린 하나FnA 출범식 모습. |
◆ 말 많은 GA, 우리가 직접 운영
'동부금융서비스'(동부화재), '메리츠금융서비스'(메리츠화재), 'AIG어드바이저'(AIG손해보험), '라이나금융서비스'(라이나생명), '미래에셋금융서비스'(미래에셋생명). 이들 회사는 독립보험대리점(GA)이다. 일반 GA가 아니라 보험사가 직접 세운 '자회사형 GA'다.
올해 4월 미래에셋생명이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출범시키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GA를 설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에 있다. GA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예컨대 손해보험사가 보유한 자회사형 GA에서 한 고객이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고객이 노후를 위한 연금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생명보험사의 연금보험을 판매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사의 자동차보험 판매와 함께 연금보험 계약에 따르는 수수료 수입도 올릴 수 있다.
지나친 수수료 지출도 막을 수 있다. 국내 대형GA들은 보험사와 수수료 협상을 할 때 우위를 점한다. 보험사들은 대형GA가 올리는 매출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들이 터무니 없이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해도 거절하지 못한다. 일부의 경우 자사 소속의 설계사보다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형 GA를 통해서는 이처럼 무분별한 수수료 지출을 막을 수 있다.
국내 GA들은 과거에 비해 덩치가 커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은 미흡한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GA에서 발생한 불완전 판매 등의 문제가 보험사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올해 4월 한 GA를 통해 국내 14개 보험사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것이 대표적이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자회사형 GA는 책임감과 함께 강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현재 출범한 자회사형 GA가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다른 보험사들도 대리점을 설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