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동차산업은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차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다.”

선우명호 한양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제28차 세계전기자동차학술대회 및 전시회’(EVS28)를 앞둔 시점에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자동차업계가 친환경차, 즉 전기차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자동차 배출가스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화되는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배출가스 등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전세계 자동차업계는 ‘친환경 차’라는 명목으로 내연기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써왔다. 매연저감기술은 물론 엔진의 배기량을 낮추는 ‘다운사이징’이 트렌드로 언급될 정도로 진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점차 강화되는 환경규제 속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자동차의 동력성능을 유지한 채 이러한 규제에 맞추기 위해서는 전기 모터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EVS28 전시회. /사진제공=EVS28 조직위원회
EVS28 전시회. /사진제공=EVS28 조직위원회

◆전기차, 내연기관 밀어낼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의 길을 걸은 것은 하이브리드(HEV) 자동차, 즉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함께 동력을 발생시키는 방식의 차량이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전기모터의 비중이 더욱 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기상 현대자동차그룹 친환경차 개발 담당 전무는 앞서 EVS28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최근 모터쇼 등을 보면 PHEV가 아니면 주목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내연기관을 모두 버리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순수한 전기동력만으로 움직이는 전기차(EV)가 아직 모든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EV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주행거리의 한계다. 가솔린차보다 더 오래 전 발명된 전기차가 자동차시장을 내연기관에 내줄 수밖에 없던 이유도 이러한 문제가 가장 컸다.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전기차의 핵심인 셈이다.

배터리 기술은 많이 발전해 현재 많은 전기차가 1회 완전충전으로 200㎞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럼에도 아직은 모든 내연기관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출퇴근 용으로는 사용이 가능하지만 장거리운행에는 걸맞지 않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두차례 충전해야 하는데 연료 주입과 달리 충전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불편하다. 부족한 인프라와 비싼 가격도 걸림돌이다.

GM 볼트. /사진제공=한국지엠
GM 볼트. /사진제공=한국지엠

◆ ‘궁극의 친환경차’, 충전 VS 발전기

아직은 한계점이 분명하지만 EVS28에서 자동차업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궁극의 친환경차’에 접근했다.

각 업체가 추구하는 궁극적 친환경차의 모습은 전원을 공급하는 형태에서 충전저장 방식과 발전기 탑재 방식으로 나뉜다. 궁극적 친환경차의 모델을 EV로 보는 시각과 수소연료전지차(FCEV)로 보는 시각이 엇갈렸다.

글로벌 자동차업체인 르노의 경우 EV만이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을 달성할 수 있는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본다. 기존의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친환경차는 결국 EV로 귀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질 노만 르노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실제의 효용성을 고려했을 때 기술전환기인 현재는 HEV와 PHEV를 준비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제로 에미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행거리 등 EV차량의 한계에 대해서는 “오는 2020년까지 전세계 인구의 70%가 도심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EV차량이 미래의 이동 트렌드에 따라 분명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르노삼성과 달리 전기차의 궁극적인 모습을 수소연료전지차(FCEV)로 보고 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기상 현대차그룹 전무는 "가까운 미래에는 ‘수소차’와 ‘전기차’가 공존할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FCEV가 궁극적인 친환경차의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기차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근거는 전기차의 최대 해결 과제인 주행거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무게와 부피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딜레마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 전기차의 주행거리 향상은 자원소비 최소화라는 친환경차의 방향성과 전면에서 충돌되는 만큼 EV가 친환경차시장의 미래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 전무는 친환경차의 궁극적인 모습으로 FCEV를 언급했다. FCEV는 부족한 배터리의 저장용량을 대신해 발전기를 싣는 형태다. 그는 "수소연료전지차는 자동차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수소 사회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봐야 한다"며 "아직은 먼 얘기지만 전기차의 제약과 방향성을 생각했을 때 옳은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 상용화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전무는 “오는 2020년까지 가격을 현재보다 최소 40~50% 절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존재하는 PHEV 방식을 진화시켜 접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볼트’를 내년 중 한국에 출시할 것이라는 말로 향후 전기차의 방향성을 대신 설명했다.

GM의 볼트는 엔진을 탑재한 PHEV차량이다. 하지만 이 엔진은 직접적으로 동력을 제공하는 용도가 아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PHEV차량과 차이가 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충전인프라, 제한된 이동거리 등의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인 차가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