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스키시즌을 앞둔 지난 1일 전라북도 무주 덕유산리조트에 스키 마니아가 아닌 ‘별’들이 몰려들었다. 그것도 그냥 별이 아닌 오프로드 최강자로 꼽히는 별들이었다.
이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2015 메르세데스벤츠 SUV 익스피리언스’ 행사를 통해 내년 국내 출시를 앞둔 SUV 6종 라인업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들 차량 중 4개 모델을 타고 급경사의 언덕과 움푹 파인 흙구덩이 등 험난하게 짜인 코스를 직접 운전하며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가 마련됐다.
◆ 세련미 속 거친 본능 ‘GLC’
가장 먼저 탑승한 차량은 GLC 모델 중 ‘더 뉴 GLC 220d 4매틱’. 이 차량은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중형 SUV로 기존 GLK의 풀체인지 모델이다. 세련되면서도 스포티한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차의 진짜 매력은 탑승한 후에야 느낄 수 있었다. 세련되면서도 스포티한 이미지 안에 강력한 마력의 고성능 스포츠 세단을 탑재해 놓은 듯한 성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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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GLC 220d 4매틱’.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
가장 먼저 체험한 높이 1m에 45도 경사의 강철 구조물 구간. 왼쪽 앞바퀴를 갖다 대고 액셀을 밟자 차량이 약간 휘청거리며 구조물에 올라섰다. 왼쪽 사이드 미러를 통해 차량 왼편의 모습을 보니 뒷바퀴가 공중에 뜬 채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고, 오른쪽으로는 지면이 차량과 부딪칠 것 같은 느낌에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이 차는 운전자의 긴장감은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나 편안하게 비스듬한 상태의 주행을 계속했다. 실제 시승감 또한 몸이 한쪽으로 쏠릴 뿐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뒤이어 나타난 4m 높이의 아찔한 급경사를 가진 철제 구조물. 난생 처음 접하는 좁다란 높이의 이 구조물을 오를 걸 생각하니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살포시 누르자 공중에 붕 뜨면서 앞이 보이지 않는 이 구조물을 너무 쉽게 올랐다. 마치 차량을 타고 공중에서 운행하는 듯했다.
여기서 신기한 점 한가지가 눈에 띄었다. 통상적으로 일반 차량의 경우 급경사를 진입할 때 가속이 붙지 않으면 뒤로 밀리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차량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공회전하는 휠은 제어하고 현재 접지력 상태가 좋은 휠로 구동 토크를 유도하는 전자식 트랙션 시스템이 어떻게 차량의 안정성을 유지해주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 장갑차가 울고 갈 정통 오프로더 ‘G-클래스’
다음으로 탄 차는 '전설의 럭셔리 오프로더'라 불리는 ‘G-클래스’. 36년 역사를 자랑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표 SUV다. 외관은 네모난 사각형에 정통 군용 지프의 클래식한 모습이다. 처음 이미지는 참 구닥다리 같다는 느낌이었지만 계속 보고 있으니 정통 오프로더 클래스답게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면 볼수록 느껴지는 멋스러움이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이 차량을 타고 이번 이벤트 코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2m 깊이로 팬 흙 웅덩이 코스와 5m 높이의 오르막 60도, 내리막 80도의 황당한 경사를 가진 흙더미 언덕 등을 체험했다. 육안으로 보기에 세단은 물론이고 일반 SUV 차량조차 엄두를 낼 수 없을 것 같은 난이도가 높아 보이는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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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
하지만 G-클래스는 명성만큼이나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막상 차를 몰자 엑셀 등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가뿐하게 각 구간을 통과할 수 있었다.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는 기자들이 여기저기서 감탄사를 뿜어냈다.
오르막 60도, 내리막 80도의 흙 언덕 주행은 압권이었다. 황당한 높이의 언덕을 너무나 쉽게 오르는 차량의 성능도 놀라웠지만 정상에 올라선 후 잠시 멈췄다가 80도의 내리막을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고 엔진브레이크로 내려오는 느낌은 아마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라면 상상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밸런스와 제동력의 완성 ‘GLA’
다음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 SUV 라인의 막내인 GLA 시승이 이어졌다. 당초 눈길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이 코스는 전날 갑작스레 내린 비로 인해 준비했던 눈이 녹아 내려 불가피하게 모래와 자갈이 깔린 운동장에서 진행됐다.
단 눈길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 위해 차량자세제어장치(ESP)를 끈 상태로 슬라럼 구간(콘을 세워놓고 지그재그로 빠져나가는 것)을 체험하는 시승이었다. 빨리 가려고 가속페달을 무리해서 밟으면 차량 뒷부분이 사정없이 미끄러졌지만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날 장애물을 넘어뜨리지 않고 얼마나 빨리 정해진 코스를 돌아 종착지에 도착하는지 시합을 했는데, 많은 기자들이 무리해서 속도를 올리다 코스를 이탈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GLA가 보여주는 제동력은 완벽에 가까웠다.
기자 역시 미끄러운 길에서도 S자 형태로 주행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꾸며 달릴 수 있었고 급가속·급제동 모두 반응속도가 빨랐다.
◆ 울렁거리는 SUV는 잊어라 ‘GLE’
마지막으로 이날 시승의 마지막 차량 프리미엄 SUV 더 뉴 GLE 350d 4매틱을 만났다. 이 모델 역시 내년 1월 출시를 앞둔 도심형 프리미엄 SUV다.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한 오후 5시경, 노을과 덕유산의 아름다운 배경이 하모니를 이루는 정상으로 오르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50분간 왕복하며 일반도로 시승을 했다.
이날 처음 공개된 더 뉴 GLE의 디자인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이었다. 도심 주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도로에 가장 적합해 보였다. 무엇보다 정숙성과 승차감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시속 100㎞로 산길을 달리는데도 소음이나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승차감은 세단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급경사 코스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구간을 별다른 쏠림현상 없이 쉽게 통과할 수 있었고 유난히 많이 설치된 과속방지턱 구간에서도 어느 정도 속도를 유지한 채 큰 흔들림 없이 운행할 수 있었다.
이날 경험한 네 종류의 벤츠 SUV는 크기와 디자인, 성능 면에서 개성이 뚜렷하면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은 하나같이 탁월했다. 온로드, 도시 주행은 기본이고 산과 해변 등 오프로드에서 강점을 제대로 발휘할 것 같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