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18일. ‘스웨덴 가구공룡’ 이케아가 경기도 광명시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개장일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매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전에만 약 1000여명의 고객들이 다녀갔고 오후까지 약 3000명에 달하는 고객들이 방문했다. 주말 열기는 더 뜨거웠다. 주차하는 데 까지 2시간, 다시 대기 줄을 1시간 정도 서야 겨우 매장에 입성할 수 있었다. 가구업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짝 긴장했다. 이케아 공포가 시작된 듯 보였다.

#. 그로부터 1여년이 흐른 지금. 주말 오후에 다시 찾은 이케아 매장은 한결 여유로운 모습 이었다. 주차까지 걸린 시간은 20여분. 건물 바깥까지 늘어섰던 줄은 없었고 쇼룸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손님은 확연히 줄었다. 이케아가 국내 가구업계를 단숨에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한샘, 리바트 등 국내 가구업체들은 급성장했다. 이른바 ‘이케아 효과’다.

/사진=머니위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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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이면 개점 1주년을 앞두고 있는 이케아코리아. 가구공룡의 상륙은 국내 가구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케아가 남긴 것들을 돌아봤다.
◆ 나만의 방 꾸미기… 홈퍼니싱 산업 ‘쑥쑥’


우선 이케아의 등장으로 지난 1년간 홈퍼니싱 관련 산업이 커졌다. 홈퍼니싱이란 집과 단장하는의 합성어로 가구를 비롯한 인테리어소품, 벽지, 침구 등으로 집안을 꾸미는 것을 의미한다.

이케아는 홈퍼니싱의 정석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먼저 65개의 쇼룸에서 이케아가 제안하는 인테리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40대 남성을 겨냥한 서재부터 30대 초반의 신혼부부 침실, 10대 여성이 좋아할 만한 자녀방까지 실제 공간처럼 꾸며냈다.

액세서리도 다양하다. 매장에서는 주력 제품인 조립식 가구를 비롯해 생활 주방용품, 액세서리 소품 등 8600여개의 제품을 판매 ‘나만의 집’을 꾸미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사진=머니위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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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를 찾은 한 고객은 “이케아에 처음 방문한 뒤 방치하고 있던 내 방을 꾸며야겠다는 생각이 솟구쳤다”며 “콘셉트에 맞는 다양한 인테리어를 둘러볼 수 있고, 내 방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케아를 시작으로 국내 가구업체들도 저마다 매장 면적을 확대하고 쇼룸을 구성하는 등 홈퍼니싱 역량 강화에 나섰다.

◆ ‘빅5’ 가구업체 웃고… 세상인 울고

국내 가구업계에 미친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이케아 광명점의 누적 방문객 수가 1000만명에 달하고, 1년 매출은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그만큼 국내 가구업체들도 성장을 거듭했다.

‘빅5’ 가구업체인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퍼시스, 에이스침대 등의 올 3분기까지 매출은 2조 3000억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셈. 전문가들은 이케아의 등장으로 가구산업이 전반적으로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영세가구업체들의 한숨은 늘고 있다. 올 초 기준 경기도에 위치한 영세업체들의 평균 매출 감소율은 30%에 이른다. 이케아의 등장이 주변 가구시장을 집어삼킬 것이라는 당초 우려가 현실화 된 셈이다.

영세가구업체 한 상인은 “이케아 상륙으로 대형 가구매장은 웃고 있지만, 경기도 가구단지는 초상집이나 다름없다”며 “이제 대형 가구매장에서 대다수 생활용품까지 판매하기 때문에 주변 상인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