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거울을 보다 보면 늙어가는 모습을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체감하지 못한다.
어릴 적 SF소설에서 보던 스마트폰을 누구나 사용하고 무인자동차가 등장하며 인공지능과 인간의 바둑 대결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미래예측에 대한 책은 시중에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그중에서도 <알렉 로스의 미래 산업 보고서>는 단연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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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내용이 저자가 직접 보고 들은 목격담이자 체험기이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기업가들이 책상 위에서 근엄하게 읽는 딱딱한 보고서가 아니라 생생한 현장을 담은 여행기에 가깝다.
30대 중반에 이미 오바마 선거캠프에서 IT전략 총책임자를 역임하고, 힐러리 국무장관의 혁신담당 수석자문관으로 활동한 저자 알렉 로스의 약력부터 범상치 않다. 미국 민주당의 차세대 리더로 손꼽히는 그가 1435일간 전세계 80만km를 돌아다닌 끝에 발견한 사실은 최첨단 혁신이 실리콘밸리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아프리카의 난민촌과 탈레반이 돌아다니는 아프가니스탄의 오지에서도 우리의 삶을 바꿀 새로운 혁신과 기술들이 태동하고 있었고 미래는 이미 우리에게 도래한 현재진행형의 사건이며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또한 이 책은 미래 기술에 대한 원론적인 설명이나 틀에 박힌 미래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도 와닿는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이 학비를 벌기 위해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블루칼라 노동자의 일자리를 어떻게 빼앗아갈 것인지, 드론과 자율주행차 기술이 매일 도로 위를 오가는 운전기사들의 삶을 어떻게 위협할 것인지에 대한 오싹한 묘사가 눈앞에 펼쳐진다.
특히 저자는 혁신에 대한 설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놓치고 있는 혁신의 이면까지 탐구한다. 수십 개국의 산업 현장과 비즈니스 리더를 만난 끝에 저자가 발견한 사회적 해법은 개방성, 청년창업, 여성의 적극적 사회 진출,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등이다. 개방성이야말로 21세기의 정치·경제 모델을 결정짓는 핵심 키워드라고.
특히 저자는 개인의 노력만을 강요하는 한국식 조언 대신 사회의 역할을 강조한다. 인간은 기계처럼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없다. 우리가 미래에 닥쳐올 대변화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미래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대한민국의 현실을 겨냥한다.
조선·해운산업의 몰락이 보여주듯 미래의 충격은 이미 시작됐다. 이 책은 진로를 고민하는 고등학생에서, 취업준비생, 직장인, 자녀교육을 걱정하는 부모까지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알렉 로스 지음 | 안기순 옮김 | 사회평론 펴냄 | 1만8000원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