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강화로 충당금 부담 상승… 대출문턱 상승 대비 ‘정책상품 강화’ 목소리도

저금리 기조로 가계신용대출이 증가하며 실적이 호전된 저축은행이 외형적으로는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속으로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자산건전성 기준이 강화돼 단기 유동성이 떨어지는 만큼 올해를 성장세의 분기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규제 강화로 저축은행이 경영은 물론 고객 리스크 관리도 보수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여 저신용자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팽배하다. 이에 정책적으로 서민금융을 강화해 제도금융에서 탈락하는 저신용자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료사진=뉴시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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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성장세, 올해가 분수령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최근 지점과 임직원을 늘리고 있다. 국내 79개의 국내 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92개로 1년 전(288곳)보다 4곳(1.4%) 증가했다. 임직원 수도 같은 기간 8485명에서 8899명으로 5.7% 늘었다. 지점과 인력을 줄이는 은행권과 비교하면 저축은행이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저금리 장기화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자를 받기 위해 저축은행으로 예금이 몰리고 개인신용대출이 확대됨에 따라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저축은행의 대출잔액은 41조1833억원으로 2012년 1분기 이후 18분기 만에 40조원을 넘어섰다. 예금액도 42조6926억원으로 1년 전(35조1401억원) 대비 21.5%(7조5561억원) 늘었으며 같은 기간 저축은행 79개사의 누적순이익은 4449억원에서 7645억원으로 71.8%(3196억원) 급증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내부에서는 이 같은 성장세가 올해 다소 꺾일 것으로 본다.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이 강화돼 단기 유동성에 차질이 불가피해서다.


저축은행은 연체된 대출을 부실자산으로 판단하는 기준인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오는 4월부터 은행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연체기간이 2개월 미만인 채권을 ‘정상’으로 분류했지만 4월부터는 1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해도 ‘요주의’로 분류해야 한다. 그만큼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부담도 커진다. 고객이 1000만원을 대출하고 1개월을 연체했다면 지금은 1000만원의 0.5%(정상)인 5만원만 쌓으면 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2%(요주의)인 20만원을 쌓아야 한다.

내년부터는 충당금 비율도 올라간다. 정상 가계대출의 충당금 적립률을 0.5%에서 1%로, 요주의 충당금 적립률은 2%에서 10%로 각각 높아진다. 저축은행으로선 단기 유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경영은 물론 고객 리스크 관리도 보수적으로 할 것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부실이 안나면 충당금은 환입되지만 단기 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다”며 “성장세가 지속된 시기는 올해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 곳 좁아지는 저신용자… “서민 정책상품 강화해야”

저축은행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저신용자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커진 만큼 저축은행은 고객 리스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기존 대출을 실행했던 신용구간을 자르거나 해당 고객에게 더 많은 금리를 물리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상위 1~5위의 저축은행은 최근 대출심사 시스템을 개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신용자 중에서 우량고객을 선별하겠다는 작업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을 강화하는 건 올바른 방향”이라면서도 “저신용자가 대출받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시스템이 고도화된 대형저축은행보다 소형저축은행이 타격이 더 심할 것”이라며 “저축은행 규모에 따라 건전성 규제 강화에 차등을 두는 방법 등으로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정책상품인 ‘햇살론’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급액뿐 아니라 대출한도도 늘리고 자격조건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건전성이 강화되면 저신용자를 (사금융으로) 몰아내는 효과도 분명히 있다.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정책적인 서민금융정책으로 보완해야 한다”며 “저신용자는 개인대출보다 복지정책으로 커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