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통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급성 심정지로 사망한 환자의 약 20%가 40대 이하의 젊은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젊은층에서 심장질환 발생률이 증가한 요인은 불규칙·불균형적 식습관, 흡연, 음주, 스트레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생활방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몸에 느껴지는 증상이 없다 보니 평소 건강과 나이를 믿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우리의 심장은 늘 크고 작은 신호를 보낸다.
◆심장박동 변화, 부정맥 의심
특히 별다른 감정의 변화가 없는데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거나 느려지는 증상이 느껴진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부정맥이 의심되는 상황을 방치하면 심장마비와 같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심장은 온몸에 피를 순환시키기 위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혈액을 밀어낸다.
이런 현상은 심장근육세포에 전기자극이 가해지면서 발생한다. 심장에는 전기자극을 만들어내는 자극 생성조직과 이를 심장근육세포에 전달하는 자극 전도조직이 있다. 자극 생성조직은 1분에 60~100회씩 규칙적으로 전기자극을 만들어낸다. 이 자극이 정상적으로 심장근육세포에 전달되면 심장의 수축과 이완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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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부정맥은 심장의 자체조절 능력이 망가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일정한 주기로 반복돼야 하는 심장의 수축·이완활동이 비정상적인 리듬을 타면서 맥박이 너무 빠르거나 느린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부정맥이 생기면 심장의 펌프작용이 원활해지지 않는데 이때 심장으로 들어온 혈액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해 심부전·심정지를 일으킨다. 또 심장 속에 혈전이 만들어져 굳어진 혈액 덩어리가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유발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놀라거나 심하게 긴장하는 상태가 아니면 본인의 심장박동을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부정맥이 발생하면 심장박동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또 심장으로부터 공급되는 혈액량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어지러움, 피로감, 맥빠짐,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부정맥은 사람이 가진 구조적 이상에 따라 증상에 차이가 있다. 아예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 급사할 수도 있다.
부정맥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심방세동이 대표적이다. 어느날 갑자기 심장박동이 강하게 느껴져 내원한 30대 후반의 남자환자가 있었는데 그는 과거에 유명한 마라톤 선수였다. 심전도를 검사한 결과 심장이 불규칙하고 빠르게 뛰는 심방세동으로 확인됐다. 선수시절 이 부정맥이 발생했다면 마라톤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무질서하게 뛰면서 불규칙한 맥박을 형성하는 흔한 부정맥이다. 심장의 구조적 이상이 없는 사람에게도 잘 생기며 판막질환, 관상동맥질환, 심부전증, 선천성 심장질환 등에서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생률이 상승하고 알코올 섭취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두근거리며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러움, 실신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규칙적으로 힘차게 뛰지 못하기 때문에 심박 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특히 맥박이 빠른 경우 심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심장 내 혈액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혈액이 응고돼 뇌졸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일반 정상인과 비교했을 때 뇌졸중의 위험성이 4~5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심방세동·심실빈맥, 뇌졸중·심장마비 유발
심실빈맥도 부정맥의 한 종류다. 최근 운동 시 가슴이 심하게 뛰고 답답함이 느껴진다며 50대 남성이 내원했다. 검사 중 갑자기 분당 150회가 넘는 심실빈맥이 발생했고 1분 정도 지속 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전원해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이라는 시술을 받았고 지금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심실빈맥은 심실에 전기적인 이상이 발생해 심장이 병적으로 빨리 뛰는 현상이다. 정상적 심장박동은 분당 70~80회인데 심실빈맥의 경우 분당 120회 이상이다. 정도에 따라 단순 두근거림으로 그치기도 하지만 단시간에 연속해서 발작이 일어날 경우 호흡곤란, 불안감, 가슴 불쾌감,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에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심실빈맥이 발생하면 발작 시 혈압이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을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심실세동과 심정지로 이어져 사망하게 된다.
따라서 심실빈맥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혈압저하, 의식소실 등의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심장 제세동기로 전기 쇼크를 준다. 증상이 가벼운 급성기 빈맥의 경우 항부정맥 약물이나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하며 필요에 따라 수술을 진행한다.
부정맥 치료의 핵심은 정확한 진단이다. 원인이 무엇이며 지금 상태가 어떤지를 파악해야 치료 여부와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부정맥의 치료는 비정상적으로 느린 맥박이 있는 경우와 빠른 맥박이 있는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맥박이 심하게 빨라지는 부정맥은 전기 신호의 발생 및 전달을 억제하는 약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장기적으로 투여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한 경우는 평생을 복용해야 한다.
맥박이 심하게 느린 부정맥에서 어지러움, 실신 등의 증상을 동반할 때에는 인공심장박동기를 삽입해 치료한다. 인공심장박동기는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장 안의 발전기를 대신해 전기 신호를 발생, 심장 박동의 규칙성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부정맥과 같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은 빠른 응급조치가 특히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응급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나타나는 증상을 존중해야 한다.
두근거림, 덜컹거림, 가슴 답답함, 어지러움, 실신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심장주치의를 정해 자세한 상담 및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평소 생활습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주일에 3회 이상 적어도 30분 이상의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며 음주·흡연을 삼가고 카페인 섭취를 줄여야 한다. 또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5호(2017년 11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