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반지하 거주지의 모습. ⓒ News1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반지하 거주지의 모습. ⓒ News1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시가 지난 여름 폭우로 인명 피해를 겪으면서 선언한 '반지하 제로'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침수 위험 반지하 가구 매입이 제자리인 가운데 '이주 유도책'도 아직 속도가 더디다.

올여름 평년보다 더 자주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서울시는 반지하 가구 전수조사에 이어 물막이판 설치 등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섰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반지하 주택을 포함한 침수 우려 주택 매입은 지난 11일 기준 72곳에 그쳤다. 지난해 1000가구를 목표로 해 72곳을 매입했지만 올해 목표한 3450곳 중 매입이 완료된 곳은 아직 없어 달성률은 1.6%에 머물러 있다.


시에 따르면, 반지하의 감정평가 가격이 시세보다 낮아 집주인 설득이 어려운 것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지하 한 곳마다 일일이 집주인과 세입자를 면담하고 가격 협상을 하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다만 실제 매입이 완료된 게 72곳이고 협상 중인 곳은 훨씬 많다"고 덧붙였다.

시는 기존 목표대로 반지하 매입을 지속할 방침이다.

'반지하 이주책'도 올 여름 집중호우를 대비하기에는 효과가 불충분한 실정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한 반지하 특정 바우처의 경우 지금까지 970여가구가 지원받았다. 반지하에서 지상층으로 이주한 가구에 최대 2년간 매달 20만원씩 '월세' 격의 바우처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 내 반지하 가구 21만여호 중 침수위험 가구만 3500여곳에 달한다.


전월세 보증금을 지원하는 장기안심주택 사업도 비슷한 실정이다. 지난 3월 최대지원액을 확대하고 소득기준을 대폭 완화했으나 신청 기간이 6월까지인 데다 반지하 특정 정책이 아니어서 올 여름까지 유효한 이주 효과는 없을 전망이다.

'반지하 제로' 정책 추진이 예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서울시는 올여름 집중호우에 대비해 반지하 가구 보호대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5개 자치구와 함께 실시한 21만여 반지하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구청별로 침수 위험 반지하 주택을 추렸다. 다음달 초 차수판, 물막이판, 개폐형 방범창 설치에 들어가 월말까지 이를 완료할 계획이다.

시는 또한 지난 15일 13개 실무반으로 구성된 풍수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24시간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했다.

전국 최초 '침수 예·경보제'도 이번달 시작했다. 시간당 강우량 55㎜를 초과하거나 △15분당 강우량 20㎜ 초과 △도로수위계 기준 침수심 15㎝ 초과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해당하면 '침수 예보'를 발령해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자치구,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에 알린다.

특히 반지하 거주자는 이웃인 '동행파트너'가 곧바로 집으로 찾아가 대피를 도울 수 있도록 했다. 시는 빗물 받이 56만개 주변도 집중적으로 청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