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코스피는 전거래일(2098.92)대비 2.84포인트(0.14%) 오른 2101.76에서 거래를 시작해 등락을 거듭하다 2111.72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기준으로 21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1년 8월2일(2121.27) 이후 3년8개월여 만이다. 코스피는 지난 17일에도 전일대비 3.06포인트(0.17%) 오른 2143.50으로 마감, 연중 최고치를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코스피가 3년 넘게 갇혀있던 박스권(1800~2100)을 뚫고 나서며 활황이 어디까지 갈지 의문이 깊어진다.

<머니위크>는 국내 주요 16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과 투자전략팀장 등 증시전문가를 대상으로 이번 증시 호황이 언제까지 갈지, 위험 요소는 없는지 살펴봤다.


 

[하이킥 증시-상] 전문가 16인, 코스피 '여기'까지

◆유동성 파티, 당분간은 이어진다

최근의 국내 증권시장이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견해는 비슷하다. 국제유가 급락과 정부의 재정 정책, 그리고 저금리에 따른 기업 실적의 호전 기대감에 기인한다.

특히 이들은 글로벌시장에서의 ‘유동성 확대’를 국내 증시 상승의 일등공신으로 본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통화완화정책, 무엇보다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연기 가능성으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 팽창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유동성이 넘쳐나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지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의 유가 급락으로 전세계 물가수준이 낮게 유지돼 유동성 팽창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도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한 유동성 확대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주요국 증시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센터장은 “환율 및 경제 펀더멘털의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국내 증시도 외국인 순매수 규모 확대로 인해 탄력적인 주가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글로벌 이머징 마켓(GEM) 펀드로 최근 3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된 가운데 주요 신흥 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의 외국인 순매수 모멘텀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증시를 끌어올린 것은 대외 호재만이 아니다. 국내에도 호재가 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와 원화의 약세, 그리고 저유가가 겹치며 기업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돌발악재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상반기에는 증시가 호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이들은 지수가 현 수준을 크게 상회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본다.

전문가 16명이 내놓은 코스피 상반기 지수밴드 평균은 2175.62였다. 지난 17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지수가 2143.50임을 감안하면 1.50% 정도 더 오를 수 있다는 것.

전문가 가운데 상반기에 큰 폭의 강세장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 이는 김한진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다. 김 애널리스트는 코스피가 상반기에 230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상반기에는 증권시장에 풍부한 유동성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서 수급을 주도하며 대형주 위주의 강세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이킥 증시-상] 전문가 16인, 코스피 '여기'까지

◆ 호사다마, 위험은 없을까

‘호사다마. 좋은 일에는 방해가 되는 일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현 시점에서 유동성 파티를 즐기고 있는 국내 증시에 위기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중국의 MSCI 신흥국 지수 편입 가능성, 그리스 디폴트 우려, 미국의 금리인상 등의 해외 이슈가 우리 증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곽병열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초부터 그리스 리스크 요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그리스와 유로그룹 간의 개혁 세부안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최근 디폴트 우려감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러시아, 브라질 등 최근 경기부진이 심화된 국가를 중심으로 신흥국 전체에 대해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글로벌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곽 애널리스트는 “MSCI 신흥국 지수의 중국 A주 편입에 따른 외국인 수급약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오는 6월께 중국 A주가 MSCI 지수에 편입될 경우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해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는 것.

미국 금리인상 등 해외의 호재가 악재로 돌아설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시장의 예상대로 흘러가는지가 관건이다. 예상보다 일정이 당겨지거나 지연된다면 어느 쪽이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더불어 유럽과 중국의 매크로 환경 등이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을 높게 본다. 미국의 연준 내에서도 금리인상 시기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은) 총재는 지난 10일 “앞으로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오는 6월 기준금리는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반면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금리인상이 미국 경제를 잘못된 길로 밀어 넣을 수 있다”면서 “올해는 금리를 올리면 안된다고 여전히 믿는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주요한 변수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종목의 경우 폭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 연초부터 큰 폭의 강세를 보였던 중소형주에 이어 최근에는 대형주까지 상승세가 확대되는 모양새"라며 "다만 1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실망 매물이 출회되며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