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뚜기 창업주인 함태호 명예회장이 315억원에 달하는 본인 소유주식을 공익재단에 기부해 화제가 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지도층 인사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책임을 뜻하는 이 말은 나눔으로써 계층간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이제 ‘제3의 경영’으로 불릴 만큼 핵심이슈로 떠올랐다. 내용면에서도 한결 진화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일부 소외계층에 대한 기부와 지원 등 일회성 봉사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기업의 특성을 살리거나 자립기반을 마련해주는 보다 근본적인 프로그램으로 변화하는 것.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일자리 창출이다. 특히 노인,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고용창출활동에 앞장서는 기업이 많아졌다. SPC그룹의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CJ CGV의 ‘시니어 사원’, SK이노베이션의 ‘다문화여성·탈북자 지원’ 사업을 살펴봤다. 


CGV 도움지기. /사진제공=CGV
CGV 도움지기. /사진제공=CGV

◆ ‘영화처럼’ 시작된 제2의 인생
# 20년 넘게 은행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조운제(63)씨는 현재 CJ CGV의 시니어 사원 ‘도움지기’로 입사, CGV대학로에서 근무하며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다시 일을 시작한 후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즐겁다. 조씨는 “저녁 6시가 되면 다른 직장인들과 함께 퇴근하는 것이 정말 감격스럽다”며 “마치 다시 사회의 일원이 된 듯한 소속감이 든다”고 자랑스러워했다.
CJ CGV는 장년층 고용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서울시 주최 ‘서울 시니어 엑스포’에 참가한 후 그해 10월부터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추천으로 시니어 사원인 ‘도움지기’를 채용, 서울지역 중심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도움지기’는 영화상영 준비, 매점제품 준비, 청결관리 등 다양한 극장서비스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CGV의 시니어 사원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시니어인력 풀(Pool)을 활용해 60세 이상의 취업희망자에게 다양한 극장서비스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시니어들이 자기취업능력을 개발하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현재 전국으로 확대돼 CJ CGV에서 근무 중인 도움지기는 약 65명. 일산에 위치한 국내 최초 극장운영전문가 양성센터인 CGV 유니버시티(UNIVERSITY)에서는 시니어인력을 위한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현장업무의 적응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2012년 10월 입사한 도움지기의 70%가 현재까지 근무할 정도로 근속률이 높다. 


SPC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사진제공=SPC그룹
SPC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사진제공=SPC그룹
SPC식품과학대학. /사진제공=SPC그룹
SPC식품과학대학. /사진제공=SPC그룹

◆ 빵 굽고 커피 내리는 장애인들
#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근처에 위치한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1호점. 79.2㎡(24평)에 40석 규모로 마련된 이곳에서는 우리밀과 유기농 원료, 유정란으로 만든 빵과 파스쿠찌 원두로 만든 커피를 판매한다. 이곳에 채용된 직원은 총 4명. 모두 SPC그룹과 소울베이커리가 설립한 장애인 직업교육시설에서 제빵 및 바리스타교육을 받은 이들이다. 장애인 직원들은 각각 커피와 음료를 만들고 빵을 판매하는 일을 담당한다.


SPC그룹은 지난 2012년 9월부터 푸르메재단과 함께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를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은 SPC그룹이 제빵기술, 점포 인테리어, 카페운영 노하우 등을 지원하고 애덕의 집 소울베이커리에서 직업교육과 제품을 생산하며, 푸르메재단은 장애인 직원을 고용해 카페를 운영하는 구조다. 기업과 민간단체, 복지시설이 협력해 각자의 재능을 투자하는 새로운 사회공헌모델인 셈.

최근에는 서울시와 협력한 첫 작품으로 양재동 인재개발원 내에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인재개발원점을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3명의 장애인 직원이 일한다. SPC그룹은 현재 총 5개의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를 운영 중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SPC그룹의 제품력과 노하우를 전수해 품질경쟁력을 갖추고 장애인들이 직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앞으로 공공기관, 복지시설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해 장애인 자립의 성공적인 모델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농촌에서 새 터전 만든 파란눈의 엄마

# 농촌에 거주 중인 다문화가정 여성들은 적절한 일자리를 원한다.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고국에 조금이라도 돈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서다. 물론 농사일이나 식당일을 하는 이주여성들도 있다. 하지만 고된 노동에 도중에 그만 두는 일이 다반사.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려 해도 농어촌엔 이들이 일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충북 제천에 위치한 ‘농촌공동체연구소’는 그래서 흥미롭다. 이곳에선 다문화여성들을 고용해 제빵작업장을 만들고 제빵기술을 보급하는 사업모델을 제안한다. 최근에는 사회적기업의 자금지원으로 더욱 활력을 띠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 SK이노베이션이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3년과 지난해 노인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사회적 사업모델을 발굴, 지원해왔다. 올해부터는 노인 외에 장애인, 다문화여성, 북한이탈주민 등으로 지원대상을 넓혔다. 

그중 한곳이 농촌공동체연구소. SK이노베이션은 이곳뿐 아니라 경북장애청소년자립지원센터(경북 안동), 도봉시니어클럽(서울), 태화해뜨는샘(서울), 피피엘(경기 고양) 등 5개 기관을 선정해 지원한다.

경북장애청소년자립지원센터와 태화해뜨는샘은 장애청소년의 고용창출과 자립을 위한 카페 설립, 바리스타교육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도봉시니어클럽은 노인들을 고용해 요양원 등의 세탁물을 처리하는 세탁작업장을, 피피엘은 북한이탈주민을 고용해 폐자동차의 가죽시트를 패션상품으로 가공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들 5개 기관의 사업에 1년 간 총 5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사회적기업 통합지원기관 등 전문가 그룹과 협력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이 사업을 통해 150여개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취약계층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아이디어를 계속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