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잠실 사옥 17층. /사진=쿠팡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쿠팡 잠실 사옥 17층. /사진=쿠팡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오피스빌딩 ‘타워 730’. 이 빌딩 17층에 들어서자 탁 트인 공간에 쿠팡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밖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창가를 바라보면 눈 아래 잠실대교가 펼쳐진다. 아메리카노를 시켜놓은 두 직원은 창가에 앉아 잠실대교를 내려다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홀로 앉아 노트북을 켜고 작업을 하는 직원들도 제법 눈에 띈다. 모든 공간엔 벽 대신 화이트보드가 곳곳에 놓여있다. 여기에 직원들이 보드마카로 뭔가를 빼곡히 쓰거나 도표, 그림 등을 그려놓은 흔적이 보인다.
지난 14일 찾은 쿠팡의 신사옥 내부다. 지하 4층, 지상 27층 규모의 ‘타워 730’에서 쿠팡은 지상 8층부터 26층까지 총 19개층을 사용한다. 이는 과거 삼성동 사옥 면적의 2.2배에 달하는 규모다.

초반 수십명에 불과했던 직원이 200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넓은 사무실이 필요했다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스타트업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기업 건물을 벤치마킹해 설계된 쿠팡 사옥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8층부터 쿠팡의 세계로 ‘로그인’

쿠팡 잠실 사옥 사무공간. /사진=쿠팡
쿠팡 잠실 사옥 사무공간. /사진=쿠팡

‘ㅁ’자 형태의 쿠팡 사옥은 설계의 초점을 ‘협업’에 맞췄다. 대부분의 공간이 떠들고 쉴 수 있는 협업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층층마다 10여개의 미팅룸을 갖추고 여기에서 저기까지 이동하는 공간엔 벽 대신 투명한 화이트보드가 세워져 있다. 또 모든 공간에 콘센트를 설치해 노트북만 있으면 직원들이 사내 어디서나 자유롭게 이동하며 업무를 진행하도록 했다. 상명하복의 수직관계가 아닌 임직원 모두 동등하게 일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는 데 신경 쓴 노력이 엿보였다.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과 업무효율을 늘리기 위해 동선과 업무 스타일을 고려한 형태다. SNS처럼 의견과 결정을 막힘없이 전달하고 공유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층에는 40개가 넘는 미팅룸이 마련됐다. 주로 쿠팡 구직자, 셀러, 협력업체 등 외부 손님과의 접견실로 활용된다.


쿠팡 잠실 사옥 사무공간. /사진=쿠팡
쿠팡 잠실 사옥 사무공간. /사진=쿠팡

19층 사무공간은 파티션을 없애고 직원들이 마주보고 앉도록 널찍하게 배치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리가 비어 있다. 미팅룸에서 일부 직원을 볼 수 있었다. 이들 직원은 미팅룸에 옹기종기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자유롭게 쓰고 말하고 공유했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사무실을 종횡무진하며 각국의 언어로 대화하는 모습도 금세 익숙해졌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26층에서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을 쓰고 있다. 26층 직원들은 옆자리에 앉아있는 김 대표를 ‘범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외부인의 편의를 위해 ‘과장’ ‘부장’ 등 기존 호칭을 혼용하는 일부 대외업무 부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쿠팡 직원은 각자 지은 닉네임 또는 영어이름에 ‘님’을 붙여 부른다. 

◆옆 자리 ‘범님’… “수평적 공간이 혁신의 시작”

쿠팡 잠실 사옥 사무공간. /사진=쿠팡
쿠팡 잠실 사옥 사무공간. /사진=쿠팡

쿠팡이 이처럼 개방형 오피스를 구축한 배경에는 확장된 공간에서 사고가 열리고 창조적 성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환경심리학 이론을 공간에 녹인 것이다.
쿠팡의 간판서비스인 로켓배송, 로켓페이가 대표적 사례다. 두 서비스는 쿠팡 직원들의 자연스런 대화 속에서 도출된 아이디어였다.

쿠팡 관계자는 “많은 직원이 보드마카와 지우개를 들고 다닌다”며 “공간 어디에서나 메모하고 즉시 아이디어를 전달,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아이디어를 적극 개진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유로운 업무 환경이 혁신의 시작이라고 본다”며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가 쿠팡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