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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 두번째)와 리오넬 메시는 모두 이번 시즌 세계 축구사에 길이 남을 새 기록을 경신했다. /사진=로이터 |
'최고'를 판가름하기 위한 가장 편한 기준은 수치다. 미드필더는 패스정확도와 도움 개수, 수비수는 태클과 클리어링 횟수, 골키퍼는 무실점 경기 수를 주로 확인한다.
공격수인 호날두와 메시는 모두 득점 기록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전 세계에 뽐냈다. 그것도 무려 세계 기록을 경신하면서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날로 발전하고 있는 현대축구에서 가까운 미래 이들의 위엄에 도전할 선수들이 나타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최다 득점' 호날두 vs '단일 구단 최다골' 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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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달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사수올로의 마페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SSC나폴리와의 이탈리아 슈퍼컵 결승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트로피와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
이날 득점으로 호날두는 자신의 커리어 통산 760호골째를 달성했다. '공식 데이터'로만 따졌을 때 세계축구 역사상 최다득점 기록이다. 영국 매체 'BBC'는 축구 통계 전문 기관 RSSSF(Rec Sport Soccer Statistics Foundation)의 자료를 바탕으로 호날두가 이날 1930~1950년대 활약한 전설적인 공격수 요세프 비칸의 759골 기록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체코로 귀화한 비칸은 24년여의 커리어 기간(1931~1955년) 총 805골을 넣었다고 알려졌다.
다만 여기서 아마추어 시절 기록과 비공식 국가대항전 득점을 제외하면 759골이 된다는 게 RSSSF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체코축구협회가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현재로서는 거의 모든 매체와 기관이 호날두의 세계 1위 기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 2002년 스포르팅 리스본을 통해 데뷔한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를 거치며 엄청난 득점을 쓸어담았다. 스포르팅에서 5골을 넣은 걸 시작으로 맨유에서 118골, 레알에서는 무려 450골을 터트려 구단 역사상 최다득점자에 올랐다.
2018년 여름 유벤투스로 이적한 뒤에도 113경기에서 88골(8일 기준, 이하 동일)을 넣는 괴력을 뽐냈다. 여기에 포르투갈 대표팀으로 A매치에서 기록한 102골(170경기)이 더해져 역대 득점 1위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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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는 펠레를 제치고 단일 구단 역대 최다골 주인공이 됐다. /사진=로이터 |
하지만 메시는 메시 나름대로 세계 축구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남겼다. 메시는 지난해 12월23일 열린 레알 바야돌리드와의 2020-2021 스페인 라리가 15라운드 경기(바르셀로나 3-0 승)에 선발 출전, 후반 20분 팀의 세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메시는 이 골로 바르셀로나에서 통산 644골째를 기록해 단일 구단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가 됐다. 기존 기록은 브라질 산투스에서 643골을 넣은 '축구 황제' 펠레가 갖고 있었다. 이 역시 펠레 측에서 공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투의 반응을 보였지만 공식 기록상으로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대기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호날두는 1985년생으로 올해 36세, 메시는 2살 어린 1987년생이다. 축구선수로서는 둘 다 황혼기에 접어들 나이다. 은퇴를 준비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시기다.
하지만 두 선수는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각 리그에서 최고의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다. 호날두는 이번 시즌 세리에A에서 16골(득점 1위)을 터트린 것을 비롯해 공식전 24경기에서 23골을 퍼부었다.
메시 역시 이적설로 본인과 팀 전체가 뒤숭숭한 가운데 26경기에서 17골을 넣었다. 라리가에서는 19경기 13골로 루이스 수아레즈(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이어 득점 2위를 달린다.
70년 걸린 기록 경신… 이 시대에 깨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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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생제르맹의 킬리언 음바페(왼쪽)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엘링 홀란드는 다가오는 새 시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리오넬 메시의 득점 기록에 도전할 만한 거의 유이한 선수들로 평가된다. /사진=로이터 |
반대로 말하면 현재 뛰고 있는 현역 선수들은 물론 앞으로 나올 선수들 중에서도 이같은 기록 경신에 도전할 선수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걸 방증한다.
호날두의 경우 약 19년여의 커리어 동안 이정도 득점 기록을 쌓기 위해서는 국가대항전을 포함해 한시즌 당 무려 40골 안팎을 넣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메시의 경우도 2004년 바르셀로나에서 데뷔한 이래 평균 약 38골을 넣은 셈이다. 즉 두 선수의 기록을 따라잡으려면 한 구단에서 시즌당 38골 안팎을 넣거나 구단에 상관없이 40골 이상을 매 시즌 폭격하면 된다.
기계가 아닌 이상 상대팀의 집중견제, 조금만 부진해도 부정적으로 돌아서는 여론, 그리고 지나치게 노출된 사생활과 언론의 관심을 극복하고 이 정도 득점 기록을 올리기란 쉽지 않다. 호날두와 메시를 제외하고 현역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가 33세인 올해 501골, 불혹을 눈 앞에 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AC밀란)가 545골을 기록 중인 걸 감안하면 호날두와 메시의 아성이 더욱 높게 다가온다.
다만 기대감을 갖게 하는 선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이른 나이에 두각을 보이고 성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10대 선수들이 연이어 나타난 탓에 이 선수들의 10~20년 뒤를 기대하는 팬들도 많다.
공공연히 '메시의 후계자'로 불렸던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의 경우 30세를 눈 앞에 둔 현재 프로 통산 총 322골로 기록을 넘기 쉽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같은 팀 동료인 킬리언 음바페는 조금 다르다. 1998년생인 음바페는 아직 22세밖에 되지 않았으나 이미 월드컵 우승, 프랑스 리그1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등 굵직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음바페는 지난 2015년 AS모나코에서 데뷔한 뒤 2017년 파리로 이적했다. 두 구단에서 음바페가 터트린 득점은 총 137골. 여기에 일찌감치 프랑스 대표팀에도 소집돼 A매치 39경기에서 16골을 터트렸다. 빠른 발과 드리블 능력, 슈팅 능력에 양발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만능 공격수'로 평가된다.
2018-2019시즌 절정에 올랐던 득점 감각(43경기 39골)이 이후 조금 떨어진 데다가 계속해서 이적설이 도는 등 분위기가 흐트러진 점은 마이너스다. 하지만 가진 재능과 더불어 공격 전 지역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은 언제든 대선배들의 기록에 도전장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올해 막 약관의 나이가 된(2000년생)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엘링 홀란드도 주목할 만한 미래의 '예비 기록자'다. 홀란드는 어떤 면에서는 음바페보다도 더 득점에 최적화된 선수다. 주로 최전방 공격수로만 뛰는 데다가 골 결정력도 이미 동년배 선수들의 그것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2016년 자국의 브뤼네 FK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홀란드는 이듬해 명문 몰데 FK로 이적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오스트리아의 레드불 잘츠부르크로 이적해 재능을 꽃피웠다. 특히 2019-2020시즌에는 전반기 약 4개월 동안 단 22경기에 출전해 28골을 쏟아내며 유럽 명문 구단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 중 2000만유로(한화 약 270억원)를 제시한 도르트문트가 홀란드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뒤에도 홀란드의 득점 감각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홀란드는 적응기간도 없이 지난해 1월 이적한 뒤 곧바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분데스리가 15경기에서 13골을 넣은 걸 비롯해 공식전 18경기에서 16골을 넣었다. 이번 시즌은 더 대단하다. 8일 기준 공식전 22경기에서 22골 6도움을 달리고 있다. 분데스리가에서는 14골을 넣어 보우트 베호스트(볼프스부르크)와 함께 득점 순위 공동 3위에 올라있다.
홀란드의 커리어 통산 득점 기록은 A매치 포함 141경기 93골이다. 아직 100호골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이 중 대부분을 10대 시절 기록했다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의 미래가 충분히 기대된다.
이적한 지 이제 1년이 갓 지났지만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내로라하는 명문 구단과의 이적설이 끊이지를 않는다. 호날두와 메시가 각각 맨유, 레알, 바르셀로나라는 세계적인 구단을 통해 최전성기를 구가했듯 홀란드도 더 높은 구단으로의 이적을 바탕으로 새 시대를 열 채비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