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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는 지난 19일 벨라루스 언론인 탄야 카피토노바(여)와 단독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카피토노바 기자. /사진=김태욱 기자(왼쪽)·탄야 카피토노바 기자 제공 |
머니S는 지난 8월 정치적 억압을 피해 폴란드 바르샤바로 이주한 벨라루스 언론인인 사진기자 탄야 카피토노바(여)와 지난 19일 단독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지난 5월12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개최된 시위를 취재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열흘 뒤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 지난 8월부터 폴란드로 이주해 거주중이다.
“5월13일, 잊을 수 없어”
카피토노바 기자는 지난 5월13일을 잊을 수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체포 당일 나는 정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IT세미나에서 르포르타주(보고기사)를 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경찰로 추정되는 남성 6명(체포 현장 5명과 버스 기사 1명)이 갑자기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지난 5월12일)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데모 사진 몇 장을 찍었다”며 “다음날 이들은 세미나에 참석한 나를 색출해서 경찰서로 데려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를 체포했던 남성들은 경찰 복장이 아닌 사복 차림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검은색 옷·모자·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자신들의 신분 노출을 꺼렸다. 그는 인근 경찰서로 연행돼 차가운 방에서 한시간 이상 기다린 끝에 수사관으로 추정되는 3명의 남성에게 시위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이후 그는 당시 시위에 대해 설명했다. “내가 취재한 5월 시위는 여성들이 하얀색 옷·마스크·모자를 착용하고 흰색 꽃을 든 채 평화롭게 거리를 거닐다가 마지막에 꽃을 바닥에 내려놓는게 전부였다”며 "이는 지난해 반정부 시위 당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추모하고자 개최된 행사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시위 현장에서 그 누구도 언성을 높이거나 정부 비판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흰색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벨라루스에선 흰색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지난 1995년 국민투표 이전까지 벨라루스 국기는 지금의 초록색·빨간색이 아닌 빨간색·흰색이었어요. 오늘날 빨간색·흰색 국기는 반정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죠. 루카센코(대통령)는 빨간색·흰색 양말을 신거나 우산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무자비하게 체포했어요."
그는 구치소 생활에 대해서 말을 이어갔다. 경찰서에서 조사 받은 직후 그는 벨라루스에서 악명 높은 구치소인 '오크레스티나 구치소'에 수감됐다. 해당 구치소는 지난해 8월 반정부 시위 주동자들을 잔인하게 고문한 곳이다. 그는 "만 10일 동안 오크레스티나(구치소)에 구금됐다"며 "다행히 나를 포함한 주위 수감자들은 물리적인 고문을 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구치소에서 간접적인 고문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머물렀던 감옥은 2인실이었다"며 "하지만 최대 16명이 같은 방에 수감되는 등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16명이 비좁은 구치소에 동시에 누울 자리가 부족해 매번 차례를 정해 잠을 청해야 했다고 전했다. 목욕과 산책 등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는 "루카센코는 본인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언론사들을 극단주의자 혹은 극단주의 단체로 정의한다"며 해당 매체를 구독하는 독자들 또한 비슷한 혐의로 체포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까지 자신이 일했던 벨라루스 매체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면서도 해당 언론사가 정부로부터 “극단주의’ 매체로 규정된 몇 곳 중 하나였다”고 귀띔했다. 이어 “사실 해당 언론사에 몸담았다는 사실 하나로 몇 년 지역형을 구형 받아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현재 민스크에는 경찰 등의 공권력에 대한 공포감이 배여있어요. 대다수 시민들이 연행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죠. 경찰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이들을 끝까지 찾아내요. 내 친한 동료의 친구는 시위대 사진 한장에 찍혀 붙잡혔어요."
이어 벨라루스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벨라루스에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하나 현재 야당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루카센코는 지난 20년 동안 천천히 국가 시스템을 차례차례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벨라루스 내 야당이 공식적인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전무하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대다수 벨라루스 국민들은 야당의 정확한 이름과 구성원도 잘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전쟁을 겪은 고령층 중 일부는 루카센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들은 ‘현상 유지’를 원해 루카센코에게 표를 던진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벨라루스가 기업을 하기 대단히 어려운 환경이라고 전했다. 그는 “벨라루스에서 특정 기준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기업은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며 “'통제'란 루카셴코에게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벨라루스에 관심을 가져주는 한국 국민들에게 진정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지난달 서울에서 개최된 '힌츠페터상' 수상식 이야기를 꺼냈다.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고 힌츠페터의 기자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그는 “벨라루스 언론인 미케일 아르신스키가 독재에 대항하는 벨라루스 국민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작품(두려워 하지마)이 지난달 제1회 힌츠페터 국제보도상대상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며 한국은 "고마운 국가"라고 말했다.
이어 “나를 체포했던 남성들은 경찰 복장이 아닌 사복 차림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검은색 옷·모자·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자신들의 신분 노출을 꺼렸다. 그는 인근 경찰서로 연행돼 차가운 방에서 한시간 이상 기다린 끝에 수사관으로 추정되는 3명의 남성에게 시위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들은 내가 취재한 전날 시위에 대해 물었다”며 “구체적으로는 시위에 참석한 하얀색 옷차림의 여인들 연락처를 집요하게 물었다"고 전했다. 수사관들로 추정되는 남성들은 그에게 전날 시위대가 '혁명을 꿈꾸는 자들'이라며 카피토노바 기자를 추궁했다. 그럼에도 번호를 넘기지 않자 수사관 중 한명은 그에게 "바보 같은 사람들이나 시위 참가자들이 꽃을 들고 걷는 사람들이라고 믿는 거야"라고 몰아붙였다.
이후 그는 당시 시위에 대해 설명했다. “내가 취재한 5월 시위는 여성들이 하얀색 옷·마스크·모자를 착용하고 흰색 꽃을 든 채 평화롭게 거리를 거닐다가 마지막에 꽃을 바닥에 내려놓는게 전부였다”며 "이는 지난해 반정부 시위 당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추모하고자 개최된 행사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시위 현장에서 그 누구도 언성을 높이거나 정부 비판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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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해 9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벨라루스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참가자(왼쪽)와 지난해 11월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시민이 경찰의 제지를 받는 모습. /사진=로이터 |
"지난 1995년 국민투표 이전까지 벨라루스 국기는 지금의 초록색·빨간색이 아닌 빨간색·흰색이었어요. 오늘날 빨간색·흰색 국기는 반정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죠. 루카센코(대통령)는 빨간색·흰색 양말을 신거나 우산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무자비하게 체포했어요."
그는 구치소 생활에 대해서 말을 이어갔다. 경찰서에서 조사 받은 직후 그는 벨라루스에서 악명 높은 구치소인 '오크레스티나 구치소'에 수감됐다. 해당 구치소는 지난해 8월 반정부 시위 주동자들을 잔인하게 고문한 곳이다. 그는 "만 10일 동안 오크레스티나(구치소)에 구금됐다"며 "다행히 나를 포함한 주위 수감자들은 물리적인 고문을 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구치소에서 간접적인 고문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머물렀던 감옥은 2인실이었다"며 "하지만 최대 16명이 같은 방에 수감되는 등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16명이 비좁은 구치소에 동시에 누울 자리가 부족해 매번 차례를 정해 잠을 청해야 했다고 전했다. 목욕과 산책 등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반체제 언론 구독?… 10~15일 구금 각오해야”
카피토노바 기자는 루카센코 대통령의 언론탄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루카센코의 언론 억압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루카센코는 공식적으로 모든 독립 언론(independent press)의 문을 강제로 닫았다"고 말했다. 현재 벨라루스는 관보를 제외한 대다수 독립 매체들을 폐간했다. 이들은 종이신문이 아닌 온라인으로 전환했다.그는 "루카센코는 본인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언론사들을 극단주의자 혹은 극단주의 단체로 정의한다"며 해당 매체를 구독하는 독자들 또한 비슷한 혐의로 체포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까지 자신이 일했던 벨라루스 매체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면서도 해당 언론사가 정부로부터 “극단주의’ 매체로 규정된 몇 곳 중 하나였다”고 귀띔했다. 이어 “사실 해당 언론사에 몸담았다는 사실 하나로 몇 년 지역형을 구형 받아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현재 민스크에는 경찰 등의 공권력에 대한 공포감이 배여있어요. 대다수 시민들이 연행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죠. 경찰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이들을 끝까지 찾아내요. 내 친한 동료의 친구는 시위대 사진 한장에 찍혀 붙잡혔어요."
해당 지인은 만 15일 구금됐다고 전한 그는 “민스크는 공포감이 가득한 곳으로 변질됐다”며 체포 당시 자신을 연행한 남성들은 물론 추궁한 이들의 정확한 소속과 정체를 아직도 모른다는 사실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루카센코, 비정상…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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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지난달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미국 방송매체 CNN과 인터뷰하는 모습. /영상=미국 방송매체 CNN 캡처 |
카피토노바 기자는 루카센코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도 거침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 미국 방송매체 CNN과의 인터뷰를 봤냐는 기자의 질문에 “(CNN과) 인터뷰 한 사실은 알고 있으나 못봤다”며 “사실 (해당 인터뷰 영상을)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와 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벨라루스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벨라루스에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하나 현재 야당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루카센코는 지난 20년 동안 천천히 국가 시스템을 차례차례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벨라루스 내 야당이 공식적인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전무하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대다수 벨라루스 국민들은 야당의 정확한 이름과 구성원도 잘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전쟁을 겪은 고령층 중 일부는 루카센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들은 ‘현상 유지’를 원해 루카센코에게 표를 던진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벨라루스가 기업을 하기 대단히 어려운 환경이라고 전했다. 그는 “벨라루스에서 특정 기준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기업은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며 “'통제'란 루카셴코에게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벨라루스에 관심을 가져주는 한국 국민들에게 진정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지난달 서울에서 개최된 '힌츠페터상' 수상식 이야기를 꺼냈다.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고 힌츠페터의 기자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그는 “벨라루스 언론인 미케일 아르신스키가 독재에 대항하는 벨라루스 국민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작품(두려워 하지마)이 지난달 제1회 힌츠페터 국제보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