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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중고차 매매 플랫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②저렴해서 봤더니 역시나… 물량만 많은 엔카닷컴
③"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엔카닷컴에 문의했다가 '봉변'
④'15% 고금리' 엔카 할부론 중고차 구매 괜찮을까
①'중고차 매매 플랫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②저렴해서 봤더니 역시나… 물량만 많은 엔카닷컴
③"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엔카닷컴에 문의했다가 '봉변'
④'15% 고금리' 엔카 할부론 중고차 구매 괜찮을까
#1 A씨는 엔카닷컴 '내차팔기'서비스를 이용해 타던 차 판매를 신청했다가 근무시간에 곤란함을 겪었다. 엔카닷컴과 연계된 중고차 중개업자 5~6명이 회의 등 근무 중에 계속 전화를 걸어 왔기 때문이다. A씨는 엔카닷컴 직원을 통해 중개업자가 전화할 것이란 설명을 들었던 터라 알고는 있었지만, 일부 중개업자는 무안과 핀잔을 주기도 했다. 회의 중 낯선 번호의 중개업자 전화를 받은 A씨는 "제가 좀 바쁜데 나중에 전화 드려도 될까요"했더니, 중개업자는 "나도 바빠요, 차 안 팔 거면서 엔카닷컴에 문의만 하신거냐"고 핀잔을 줬다. 회의 후 다시 전화를 했지만 중개업자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2 엔카닷컴에 올라온 매물을 보고 구매 문의 차 전화한 B씨는 중개업자를 만나러 갔을 때 황당했다. 해당 매물이 있으니 직접 와서 보라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차 상태가 좋지 않으니 대신 다른 좋은 물건을 보고 사세요"라고 했기 때문이다. 소개받은 매물은 B씨가 생각한 매물과 제원, 상태가 많이 달랐고 B는 시간만 낭비했다.
중고차 시장은 소비자가 직접 나서서 대기업 진출을 환영한다. A씨와 B씨의 경우처럼 황당한 일을 겪은 이가 수두룩해서다. 값이 비싼 재화를 사는 것인데도 돈을 쓰는 소비자가 대접받기는커녕 오히려 중고차 매매업자의 기분을 맞춰줘야 하는 독특한 시장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중고차 플랫폼 업체들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줄 뿐 매물과 거래 자체에는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발뺌하기 일쑤다. 중고차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배경으로 꼽힌다.
인증중고차로 쏠리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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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고차업계에서는 인증중고차에 대한 대비가 한창이다. 중고차 구매를 앞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인증중고차를 고려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단순 중개 플랫폼 업체는 매물이 많은 만큼 참고는 하되 실제 구입은 케이카와 리본카, 현대캐피탈 등은 물론 수입차업체들의 인증중고차를 고려하려는 것. 나아가 최근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를 강화하려는 현대글로비스, 롯데렌탈 등의 자동차 경매에도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인증중고차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신뢰도'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의 중고차 플랫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차 구입 시 플랫폼 불만족 사유로 '제시된 시세를 믿을 수 없어서'가 28.9%로 가장 많았고 허위매물에 대한 우려도 24.7%나 됐다. 판매자를 믿을 수 없다는 응답도 18.6%였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중고차업계 평균 만족률(구입 36.6%, 처분 34.9%)은 신차(54.6%)의 3분의2에 그쳤는데 이는 소비자 불신의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서는 "소비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의 이미지, 정보의 양과 질, 신뢰 등의 요소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그중 우선해야 할 것은 '믿고 살 수 있는' 프로세스의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중고차 시장은 거래 대수 기준 신차 시장의 2배 규모인 데다 플랫폼은 온라인·모바일 시대에 걸맞은 유망 비즈니스임에도 기존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믿고 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 진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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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
먼저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 1월부터 4월까지 각각 5000대 범위 안에서 인증중고차를 시범 판매한 뒤 5월부터 사업을 시작한다. 대표적인 비즈니스모델은 소비자가 타던 차를 매입하고 신차를 구매할 때 할인해주는 '보상판매 프로그램'(트레이드 인·Trade-in)과 인증중고차 판매다. 현대차와 기아는 5년·10만㎞ 미만의 중고차를 매입해 상품화 과정을 거쳐 인증중고차로 내놓는다.
관련업계는 완성차업체의 진출을 긍정적으로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은 새로운 판매상품이 생기기 때문에 소비자와 마주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며 "분명 완성차업체들이 파는 중고차는 품질이 좋지만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어서 기존 업체로 발을 돌리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선택권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만이 해답은 아니지만 기존 시장의 악습을 끊을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당연히 그에 따른 비용 부담(차 가격 상승 등) 증가가 수반되겠지만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데 필요한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대기업은 믿고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서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 기존 딜러들의 허위매물 등이 걸러지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시장의 기대만큼 정부는 제도적인 부분에 있어 후방 지원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