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선 가상자산 업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22대 국회에선 가상자산 업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S리포트]이용자 보호 한걸음 뗀 가상자산 업계... 업권법 제정 서두를 때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이 오는 7월 시행되지만 가상자산 산업 진흥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상자산 투자와 투자자보호를 넘어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2단계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총선 기간 관련 논의가 정체됐던 만큼 22대 국회에선 고삐를 다시 죄야 한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 탄생한 이용자투자보호법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가상자산 시장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체계는 미흡하다. 2021년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개정, 가상자산 거래소, 보관·관리업자, 지갑서비스업자 등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최초의 법령이 세워졌다. 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실명계좌 발급은 필수 사항이 됐고 가상자산 사업은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으면 불가능해졌다.

권도형 대표의 테라폼랩스가 만든 스테이블 코인 루나와 테라의 대폭락 사태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경종을 울렸다. 한순간에 자산을 날려버린 피해자들이 속출하면서 사태는 악화했다.


이용자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가상자산법 제정 논의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21대 국회에서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제자리걸음이던 법안 논의가 재점화된 것은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기 의혹 논란이 주효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6월30일 가상자산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제정안은 ▲가상자산 이용자 자산 보호 ▲가상자산 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가상자산 시장·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제재 권한 등을 담았다. 가상자산 사업자의 고유재산과 고객 예치금의 분리, 이용자 위탁 가상자산의 인터넷 분리 보관(콜드 월렛), 해킹·전산장애 등 사고에 따른 책임 이행, 거래 기록 15년간 보존 등도 중요 사항이다.

금융당국이 불법행위를 직접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고 가상자산 투자가 제도권으로 편입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불공정행위로 인한 투자 피해가 급속히 늘고 있어 이용자 보호를 중심으로 법안을 마련한 것이다.

2단계 입법 중요한데… 일본보다 뒤처진 진흥책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이후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자금조달 사업자에 대한 규제 등은 물론 산업 진흥과 관련된 내용은 2단계 입법에 담을 계획이다.


1단계 법 통과에만 20개월 이상 걸렸던 터라 2단계 입법은 요원할 수 있다. 작년 7월 가상자산법이 처음 제정될 당시 올해 7월 시행에 맞춰 곧바로 2단계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이 넘도록 2단계 입법은 진척이 없다.

금융당국과도 조율할 부분이 많은 만큼 논의를 하루빨리 진행해 법안을 제정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시장 불황기)가 끝나면서 시장 활성화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되는 가운데 산업진흥과 함께 금융안정,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을 촉진할 수 있는 업권법(2단계 입법)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모두 한목소리로 이를 약속했지만 추진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가상자산 과세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같은 현안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어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지난해 경제산업성 산하 웹3 전담부처 신설하고 '웹3 백서', 'NFT 백서' 등 발간해 가상자산을 비롯한 웹3 시장에 대한 강력한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제야 규제 부분 정비를 시작한 한국과 달리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역시 1단계 제정에 멈추지 말고 2단계까지 속도감 있게 이어가야 이용자 보호가 가능한 건실한 산업 생태계 육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전망이 밝지 않다. 2단계 입법을 준비하던 의원들이 이번 22대 총선에서 낙선했고 21대가 끝나면 발의 법안들도 폐기돼 논의가 원점에서 출발하는 탓이다.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2단계 입법보다 과세 문제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주목받을 것"이라며 "22대 국회가 시작돼도 탄력을 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