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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든 두 세력 이상이 경쟁하는 구도가 건강한 사회 모습인 것 같아요."
지난 12일 오전 경기 인근 한 건설사 현장 품질관리 책임자 이호준씨(27)는 현재 한국사회에 관해 할 말이 많은 모습이었다. 건설 현장 작업 책임자로서의 애로사항뿐만 아니라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를 던졌다.
이씨의 일과는 오전 5시30분 경기 용인에 위치한 자취방에서 시작한다. 기상 후 간단하게 세면을 마친 뒤 오전 6시30분 근무 현장인 경기 평택에 도착한다.
오전 6시50분에는 현장 근로자들과 안전 체조를 실시한 후 10분 뒤에는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이씨는 철근, 타설, 전기, 설비, 철골 등 공종 전반적인 품질을 관리한다.
이씨는 "우선 작업이 시작되면 본사에 출력인원 및 작업경과 등을 담은 공사일보를 작성해 보고한다"며 "오전 9시30분까지는 현장을 점검한 뒤 품질관리 서류를 작성하는 일이 주요 업무"라고 밝혔다.
품질관리 서류에는 타설 계획서, 콘크리트 시험 일지, 재료 분리 관련 서류, 콘크리트 균열 측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주로 슬럼프, 공기량, 압축강도시험 등을 담당한다.
그는 "오전 작업 후 1시간 정도의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하고 다시 오후 작업에 들어간다"며 "마찬가지로 오전에 했던 작업을 새로 시작한 후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토요일을 제외한 주 6일 근무를 하며 휴일에는 서울에 있는 친구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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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가까이 현장에서 관리자로 지내고 있는 이씨에게도 애로사항은 있다.
이씨는 "법적으로 공사 금액에 따라 관리자로 지정되는 인원수가 정해져 있는데 그 수가 너무 적다"며 "법이 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 현장만 해도 소장, 품질관리, 안전 등 관리자가 총 4명뿐"이라며 "현재 저도 품질관리자지만 인력이 부족해 소장이 해야 하는 공사 관리까지 병행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제가 알기로는 다른 현장도 이런 현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렇게 본인 작업뿐만 아니라 다른 쪽까지 신경 써야 하면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염려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의 갈등도 있다.
이씨는 "민주노총 측과 현장 설비 등과 관련해 소통할 일이 많이 생긴다"며 "아주 가끔이지만 노총 측과 갈등이 생길 때면 공사장 앞에서 시위하겠다는 협박도 받은 적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아직 실제로 시위가 벌어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노총과의 이러한 관계를 아는 몇몇 사람들이 민주노총을 사칭하며 현장으로 찾아오기도 한다"며 "명함에 '민주노총'이라고 적혀 있으면 바쁠 때는 제대로 확인할 겨를 없이 당할 때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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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간 '선의의 경쟁' 필요… 지금은 균형 무너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떠올렸다.이씨는 "사실 평소 정치적 이슈들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라면서도 "계엄 당시 집에서 자고 있었는데 휴대폰 알람이 계속 울려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한국의 상황이 과연 계엄을 선포할 만큼 긴급한 상황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헌법재판소 측이 이를 잘 반영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6.3 조기대선으로 출범할 다음 정부에게 바라는 점은 '균형'이다.
이씨는 "이 세상 어느 나라에서든지 사회가 더 발전하고 윤택해지려면 최소 두 개 이상의 세력이 팽팽하게 맞서야 한다"며 "꼭 정당 간 갈등이 아니더라도 사회 다방면으로 압도적 우위가 아닌 '선의의 경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도 이 점을 잘 아는 사람이었으면 한다"며 "현재 여소야대 정국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경쟁 구도를 세워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러한 균형이 무너진 것 같다"며 "정치권에서 다른 진영의 목소리를 듣고 고심해야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제대로 짚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